평창올림픽 폐막
재미와 경쟁 즐긴 '신세대 스타'
아이스댄스 민유라
"점수는 상관없다…확실하게 즐기겠다"
[ 박진우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은 ‘재미’와 ‘경쟁’을 모두 잡으려는 ‘신인류’의 축제였다. 메달권에 들기 어렵지만 경기 자체를 생애의 큰 선물로 보는 선수도 늘고 있다. 한국을 찾은 수천 명의 선수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행적들도 세계인의 ‘행복코드’를 자극하는 ‘알파’가 됐다.
“1000m에서 넘어지긴 했지만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어서 더 재밌게 경기할 수 있었다.” 올림픽 2관왕 최민정은 지난 23일 ‘피앤지(P&G) 땡큐 맘 어워드’ 시상식에서 “엄마가 개막 1주일 전 손편지로 ‘결과에 얽매이지 말고 즐기기만 하라’던 당부가 힘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피겨 페어스케이팅 사상 첫 올림픽 개인전에 출전한 김규은-감강찬 조의 감강찬은 팀이벤트 경기에 참석했다가 ‘선글라스 세리머니’로 화제가 됐다. 그는 오륜 선글라스 밑에 또 다른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가 카메라에 잡히자 자신의 오륜 선글라스를 벗어던지는 퍼포먼스를 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대회 신인류 중엔 ‘흥유라’도 빼놓을 수 없다. 흥이 많아 흥유라로 불리는 민유라는 한국으로 귀화한 알렉산더 겜린과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 출전해 프리까지 진출했다. 프리댄스에선 개량 한복을 입고 ‘아리랑’에 맞춰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민유라는 경기 전 “점수는 상관없다”며 “어떻게든 확실하게 즐기고 내려오겠다”고 말했다.
고령에 접어든 나이에도 즐기기 위해 올림픽에 출전한 노장도 있다. 1998 나가노 대회 때부터 여섯 번째로 올림픽에 출전한 최흥철(37)은 “아마 세계에서 가장 기쁜 설 선물을 받은 사람이 바로 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대회 출전 자격이 없었지만 극적으로 스키점프 남자 라지힐 단체전 출전이 성사된 덕분이다.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에 출전한 올림픽 최고령 선수 토미 란타마키(49·핀란드)는 “과정은 길고 결과는 극히 일부”라며 “즐기면서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즐기다 보면 좋은 결과가 온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이 SNS에 남긴 행적도 세계인의 웃음을 자아냈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의 클로이 김(미국)은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예선 도중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인스타그램에 남기는가 하면 금메달을 딴 직후엔 “아침에 샌드위치를 다 안 먹은 게 후회된다”며 “괜히 고집부렸다. 이제야 배가 고프다”고 썼다.
케냐 출신으로 스켈레톤에 출전한 아콰시 프림퐁은 SNS를 통해 한국에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서울 경복궁 흥례문 사진을 배경으로 한복을 차려 입고 찍은 동영상에서 “감사합니다, 사우스코리아(South Korea)”라며 한국식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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