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한달간 새 대책 없어
'소극적' 비판에 뒤늦게 대응
컨트롤타워 없어 실효성 의문
문체부도 늑장대응 도마에
[ 박상용/양병훈 기자 ] 미투(#MeToo) 바람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 여성가족부의 무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늘 운영하는 성폭력 피해 상담소를 통해 현황을 챙기고 있다는 정도 외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미투 바람이 종교계로까지 번졌지만 여성가족부는 한 달 가까이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질문이 나올 때마다 여가부는 ‘성폭력 피해 상담소를 운영 중’이라거나 ‘3년마다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를 한다’는 식의 일상적 업무 강화만 반복해 밝히고 있다. 여성 인권과 젠더 폭력 대응을 부르짖다가 정작 ‘세상의 절반’이 아우성치는 비상국면에서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책 마련에 나선 각 부처에 성폭력 전문 상담인력을 파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여가부는 소극적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우리의 전문인력은 법조계나 문화예술계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며 “배경 지식이 없는 전문가를 투입하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여가부가 이처럼 소극적이다 보니 정부 컨트롤타워도 정해지지 않고 있다. 자연히 실효성이 제한적인 부처별 대응만 넘치고 있다. 검찰청은 성폭력 진상조사단을, 법무부는 성범죄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검찰·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를 직권조사 중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여가부가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한다는 주문이 많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적이 잇따르자 여가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27일 지난해 11월 발표한 공공부문·민간 기업 성희롱 종합대책 가운데 공공부문을 보완해 내놓는다. 28일에는 고용노동부, 법무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추가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여가부 설명이다.
문화계 인사가 대거 연루된 문체부도 늑장 대응하기는 마찬가지다. 다음달 성폭력 신고·상담센터를 개설하고 성폭력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한가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문체부는 “문제를 일으킨 몇 명 때문에 문화예술계 전체가 매도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수시로 내비친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문화예술인 출신이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문화예술계가 좁아 신고센터 등을 만들어도 주위의 시선과 불이익을 고려해 활용도가 낮을 것”이라며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게 최선인데 그런 대책은 안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박상용/양병훈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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