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태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정책지원본부장 >
라지브 수리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올초 다보스포럼에서 1~2년 내 암 조기진단이 가능한, 손목에 차는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겠다고 했다. 웨어러블 기기로 암, 심장병 등 중병을 간편하게 진단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헬스케어산업이 의사·병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바뀌고, 산업 주체가 통신업체, 정보기술(IT)업체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한국 헬스케어산업이 세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개인 특성에 맞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선 헬스케어산업의 원유(原油) 격인 진료 정보, 유전체 정보 등 개인 건강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법은 개인 건강 정보 허용 범위, 안전수칙 등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개인 건강 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활용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오남용에 대해선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개인 건강 정보 보호와 활용이란 두 축이 균형을 이루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개인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품도 필요하다. 최근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활용한 신약, 진단기기, 의료로봇 등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은 이런 제품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원천기술과 인프라, 제도가 미흡하다. 효과적 진단 및 치료,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 가능하게 생태계 구축, 법·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병원을 ‘건강을 만드는 장소’로 재구축해야 한다. 병원이 건강한 사람이 삶의 질을 높여 행복을 찾는 곳이 되도록 하는, 이른바 호스피테인먼트(hospital+entertainment)를 위한 기능 조정과 제도 개발이 필요하다. 이는 데이터 분석가, 바이오 플라스틱 디자이너, 환자 맞춤약 프로그래머 등 새로운 직업과 전문인력을 생겨나게 할 것이다.
헬스케어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꽃피울 핵심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선 시스템과 프로세스, 사람이 변해야 한다. 이전 패러다임에 갇혀 있지 않은지, 새로운 기술로 역량을 발휘하는 데 방해하는 제도와 법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자동차 산업혁명을, 아마존고가 유통혁명을 이루듯, 호스피테인먼트가 헬스케어 산업혁명을 이룰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