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푸른 바다와 녹빛 대자연… 남태평양의 심장 '시드니'

입력 2018-02-25 16:27
수정 2018-02-25 17:06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추천하는 여행지

호주 시드니

비틀스 노래 들리는 매력적인 '달링하버' 지나
태평양의 파노라마 펼친 '갭파크'서 로맨틱한 저녁을

페리를 타면 호주의 랜드마크
오페라하우스가 닿을 듯…

남태평양 맞닿은 해안 절벽
갭파크

바람에 맞선 단애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



“손님 여러분, 잠시 후 시드니 국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기내에 착륙 방송이 울려 퍼진다. 헤드폰을 끼고 영화에 집중하거나 짐을 정리하던 손님들의 시선은 이내 비행기 창 밖으로 향한다. ‘혹시나 우리 비행기가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 하버브리지 위를 날고 있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태평양의 짙은 파도가 넘실대며 굽이친 만에 부딪히는 순간 ‘철썩’하는 파도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고, 끝없이 펼쳐진 녹색의 나무들 위를 날고 있자니 대자연의 품속으로 뛰어드는 것만 같다. 공항 입국장은 늘 그렇듯 떠나 보낸 이들을 맞이하는 설렘으로 가득하다.

시드니=글·사진 강서영 부사무장 ksy9079@naver.com

일상에 자연이 함께하는 시드니 도심

시드니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며, 인구 약 40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최대의 도시다. 시드니는 호주 대륙의 끝자락에 있는 포트잭슨만(PortJackson, 시드니항)과 보터니만(Botany Bay)에 접해있는 항만 도시다. 호주의 3월은 아침과 저녁으로 가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시작된다.


하이드파크(Hyde Park)는 시드니에서 최대의 규모를 가진 공원이다. 게다가 도심 중심에 있어 호주인들에게 더 할 나위 없는 쉼터가 돼준다. 어쩐지 낯익은 이름의 이 공원은 영국 런던의 중심인 하이드파크와 이름이 같다. 런던의 하이드파크는 왕실이 소유한 정원을 공원으로 조성해 고즈넉하고 평온한 느낌을 준다면, 시드니의 하이드파크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푸른 잔디밭을 침대 삼아 일광욕을 즐기는 청년과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노부부의 뒷모습에서 자유로움과 여유가 묻어난다. 약 580그루의 이국적인 나무와 자생목들이 평온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이 공원에서는 1년 내내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일상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다. 하이트파크는 하늘에서 보면 길게 뻗은 직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데 공원의 한 가운데를 지나는 파크 스트리트를 기점으로 세인트 메리 대성당과 ANZAC 전쟁 기념관이 있다. 또한 공원 주변에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박물관과 세인트제임스교회도 둘러볼 수 있다.


공원의 남단에 있는 ANZAC 전쟁 기념관은 지그재그와 기하학적 형태가 두드러진 프랑스식 건물이다. 붉은색을 띄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아르데코(artdco) 양식의 건물도 인상적이거니와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전시관 내부의 천장이다. 돔(dome) 형태의 천장에는 셀 수 없이 촘촘하게 박힌 금들이 내부를 밝히고 있다. 이것은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지원병들을 뜻하는 의미에서 별로 표현됐다.

세인트 메리 대성당은 하이드파크의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성모 마리아를 기리기 위해 ‘세인트 메리’로 이름을 지은 이 성당은 호주 천주교의 ‘모체(母體) 교회’이기도 하다. 1821년 완공된 성당은 이 후 화재를 겪으면서 건물이 소실됐고 1868년 건축가 윌리엄 윌킨스 워델(William Wilkinson Wardell)에 의해 재건축됐다. 도심 한 가운데에 위치한 복고풍 고딕양식의 성당과 마주하는 순간, 마치 중세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느낌이었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약 75m의 첨탑들은 용맹한 기개를 자랑하고, 이 지역에서 나오는 사암(母體)으로 지어 올린 정교한 외관은 웅장한 자태를 자아낸다. 어디 그뿐이더랴.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정오의 햇살이 스며들어와 미사가 진행되는 성당 안에 내려앉으니 성스러움이 결집되는 순간이다.

호주의 상징적 건물 오페라 하우스

시내를 벗어나 바다 내음이 이끄는 곳으로 발길을 돌려본다. 여유가 충만한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은 바로 시드니 만의 중심에 자리한 페리(ferry) 선착장이다. 서큘러 키(Circular Quay)선착장의 수많은 인파 속에서 거리의 기타리스트가 비틀스의 음악을 연주하고, 요란하게 들려오는 부부젤라 소리는 오후의 활기를 더한다.

선착장에 들어서면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한눈에 들어와 시드니를 여행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호주를 대표하는 두 랜드마크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선 페리를 이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페리는 호주인들의 출근과 이동을 책임지는 교통수단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이용자는 관광객들이다. 그래서 서큘러 키 선착장은 늘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선착장의 2~6번 GATE에서는 맨리, 루나파크, 타롱가 동물원, 바랑가루 그리고 완슨즈베이행 페리를 탈 수 있다. 선착장 앞에는 페리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인 ‘오팔(Opal) 카드’ 살 수 있는 곳이 있지만, 줄이 길어 오래 기다려야하고 자칫하면 탑승 시간을 놓칠 수 도 있다. 여행 전 오팔카드 전문 사이트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현지에 오팔카드를 판매하는 편의점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달링하버(Darling Harbour)를 둘러보기 위해 바랑가루행 페리에 올랐다. 페리 선상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고, 저마다 셀레는 표정으로 페리가 출발하기를 기다린다. 곧이어 바랑가루 행 페리는 선착장을 빠져나와 우측으로 보이는 오페라 하우스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덴마크 건축가인 요른웃손(JØrn Utzon)에 의해 1973년 완공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호주의 가장 상징적인 명소로 꼽히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시드니 항의 끝에 위치한 오페라 하우스는 매년 2500회 이상의 공연과 문화행사가 열리는데 음악회와 발레, 댄스 공연들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연극과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가능하다. 공연 예매는 박스 오피스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세워진 이 건물은 항구에 정박된 선박들의 돛을 연상케 하는데 오페라 하우스 내부에는 공연장뿐만 아니라 카페와 바, 레스토랑도 있다. 또한 오페라 하우스의 주변에는 간단히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이 많은데,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하버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를 감상하며 브런치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매력적인 풍경의 하버브리지와 달링하버

우리를 실은 페리는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 하버브리지로 향하기 시작한다. 하버브리지는 오페라 하우스와 더불어 시드니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다. ‘낡은 옷걸이’라는 별명처럼 강철로 만들어진 하버브리지는 아치모양을 하고 있다. 다리 동쪽 편에 위치한 파일론 전망대(Pylon lookout)에 오르면 푸른 바다가 펼쳐진 시드니 항과 오페라 하우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고, 하버브리지에 대해 설명해주는 작은 역사관과 기념품을 구매하는 곳을 둘러 볼 수 있다. 다리를 가로질러 밀슨스 포인트(Milsons Point)까지 경치를 즐기며 드라이빙하거나, 산책과 조깅해 보는 것도 시드니를 즐기는 또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오는 시간엔, 이곳은 야경을 감상 하기 좋은 최고의 장소가 된다. 페리가 목적지인 바랑가루(Barangaroo)에 도착하면 높이 들어선 화려한 빌딩들을 만나게 된다. 바랑가루는 도심의 상업 중심 지구이자 60곳이 넘는 카페와 바 그리고 레스토랑이 있다. 시드니 시내의 북서쪽 끝에 위치한 6만㎡크기의 바랑가루 보호구역은 대규모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있고, 원주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도 즐길 수 있다. 바랑가루에 내려 항구를 따라 걸어가면 시드니에서 최고의 관광지로 손꼽히는 달링하버에 도착한다. 항구과 마주해 정박된 선박들이 진풍경을 자랑하는 이곳은 특유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레스토랑과 카페들로 가득하다.

침식과 퇴적이 반복돼 만들어진 갭 파크

서큘러 키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20분만 달려가면, 시원하게 펼쳐진 남태평양의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에 도착한다. 바로 갭 파크(Gap Park)이다. 이번에는 서큘러 키 선착장에서 완슨즈베이로 가는 페리를 타면 된다. 페리는 서큘러 키를 출발해 오페라 하우스 앞을 지나 수많은 요트가 정박된 더블 베이, 작고 조용한 해변이 매력적인 로즈베이(Rose bay)를 거쳐 완슨즈베이에 도착한다. 페리에서 내리면 바다가 보이는 장소의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들과 아담한 모래사장을 가진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어린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해변가 위의 로버트슨 공원을 지나 5분 정도 걸어가면 우리의 목적지인 갭 파크에 도착한다. 오랜 세월 동안 침식과 퇴적이 반복돼 만들어진 해안 절벽에 수많은 틈이 생기면서 ‘갭(Gap)’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100m 높이의 깎아 세운 듯한 절벽 위로는 옹기종기 집들이 들어서 있는데, 단애(斷崖)의 듬직한 모습이 태평양의 불어오는 바람과 거센 파도로부터 마을을 지켜내고 있는 모습이다. 산책로를 따라 20여 분가량 걷다 보면 맥쿼리 등대에 다다르게 되는데, 푸른 잔디밭에 지어진 새하얀 등대는 종종 신혼부부들의 사진 촬영 장소가 돼주기도 한다. 해안 절벽을 따라 난 긴 산책로를 걷다 보면 자꾸 발걸음이 멈춰서고 만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와 마주한 순간 더할 나위 없는 자유를 느끼게 되고, 지나가는 배들이 남긴 파도 포말을 지켜보노라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드넓은 태평양 바다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여행을 마무리해 본다.

여행 정보

활기찬 태양의 햇살에 여운이 남은 시드니는 아직 여름을 떠나 보내지 못하고 있지만, 오후에 접어들면 도심엔 이내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3월에 시드니를 여행한다는 것은 여름과 가을의 두 계절의 조화와 만나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시드니 구간을 3월18일까지 A380, 19일부터는 B777 기종으로 매일 운항하고 있다. 인천~시드니 운항 스케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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