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 마지막 스톤이 떠나자 "와"… 일본 쓸어낸 '팀 킴'

입력 2018-02-24 01:11
여자 컬링, 은메달 확보

새 역사 쓴 '컬스데이'
중반까지 점수 리드하다
10엔드 마지막 실수에 동점 허용
연장전 "두 번 실수 없다" 8 대 7
예선전 유일하게 진 일본에 '설욕'

올림픽 결승 오른 유일한 亞팀
금메달 놓고 내일 스웨덴과 결승전


[ 박진우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4강 한·일전이 열린 23일 강릉컬링센터.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인 ‘팀 킴’의 후공으로 진행된 연장전 11엔드에서 주장(스킵) 김은정의 마지막 샷만 남아있었다. 앞서 일본 스킵 후지사와 사츠키가 앞쪽에 놓여있던 스톤을 절묘하게 돌아 하우스 중심(버튼)에 있던 한국 스톤을 밀어낸 탓에 이 샷이 실패하면 일본에 지는 상황. 김은정은 동요하지 않았다. 처음엔 약해보이던 김은정의 샷은 리드 김영미, 서드 김경애, 세컨드 김선영이 쉬지 않고 스위핑한 덕에 속도가 줄지 않았다. 한국 스톤이 버튼에 있던 일본 스톤을 종이 한 장 차이로 밀어내며 한국에 1점을 선사하는 순간 ‘팀 킴’은 쥐고 있던 브러시를 일제히 들어 환호성을 터뜨렸다.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팀워크였다. 경기 내내 ‘경기장의 신사’로 남아있던 관중도 연장전까지 피말리는 승부가 이어지자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경기가 끝나고 나자 일제히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금메달 고지를 눈앞에 뒀다.

종이 한 장 차이의 제구력 싸움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이날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8-7로 일본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한국 컬링 최초로 올림픽 4강에 오른 것은 물론 올림픽 두 번째 출전 만에 은메달을 확정지었다. 올림픽 컬링 결승에 오른 아시아 팀은 ‘팀 킴’이 최초다. 한국은 25일 영국을 10-5로 누른 스웨덴과 대망의 금메달을 두고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은 지난 15일 일본과의 예선 2차전에서 5-4로 앞서다 9엔드에서 실수로 역전을 허용하며 패배를 당했다. 이를 완벽하게 되갚은 셈이다. 대표팀은 김영미(리드), 김선영(세컨드), 김경애(서드), 그리고 김은정 스킵 순으로 스톤을 2개씩 던졌다. 선수 모두가 김씨여서 ‘팀 킴’으로 통한다.

이날 경기는 종이 한 장 차이의 ‘제구력’ 싸움이었다. 초반 흐름은 한국이 가져갔다. 1엔드에서 한국은 득점에 유리한 후공을 잡고 단번에 3점을 달아났다. 김경애가 하우스 위쪽에 몰려 있던 일본 스톤 3개를 한 번에 몰아내고 멈추는 절묘한 샷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은 하우스 중앙(버튼)에 가장 가까운 자리를 두고 서로 쳐내기 싸움을 했다. 김은정의 마지막 스톤은 중앙에 가장 가까웠던 일본 스톤을 빼내고 멈췄다. 하우스 바깥쪽에 넓게 퍼져 있던 다른 한국 스톤들과 함께 3점이 된 것.

일본도 만만치 않았다. 2엔드에서 2점을 내며 따라왔고, 3엔드에선 한국을 1점으로 틀어막았다. 특히 일본 스킵 후지사와의 활약이 돋보였다. 3엔드 마지막 샷으로 버튼에 있는 한국 스톤 옆에 일본 스톤을 바짝 붙이면서 한국의 대량 득점을 막았다. 4엔드에서 1실점으로 선방한 한국은 5엔드에 2점을 뽑아내며 6-3으로 달아났다.

끈질겼던 일본…버텨낸 한국

한국은 6엔드에도 일본을 압박해 1점만 내줬다. 일본은 7엔드에서 흔들렸다. 세컨드 스즈키 유미가 스톤을 하우스 밖으로 그냥 내보내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일본의 패색이 짙은 상황. 그러나 이번엔 한국이 갑자기 흔들렸다. 한국은 8엔드에서 1점 달아났지만, 9엔드에서 2점을 내줘 7-6으로 쫓겼다.

마지막 10엔드에는 1점을 스틸당하고 말았다. 김은정이 마지막 스톤으로 버튼에 있던 일본 스톤을 밀어내고 가운데를 장악하려고 했다. 일본 스톤을 밀어내기는 했으나 김은정의 스톤이 간발의 차로 더 멀리 나가면서 1점을 빼앗겨 동점을 허용해 연장에 들어갔다.

컬링이 ‘신사의 스포츠’인 만큼 관중도 ‘신사’였다. 선수들이 경기에서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경기 중 침묵을 유지한다는 컬링의 룰을 따라준 것이다. 한국 관중은 “대한민국”을 외치다가도 일본 선수들이 스톤을 던질 때면 응원을 아끼고 경기를 지켜봤다. 5, 7엔드에서 요시다 치나미가 던진 스톤이 하우스를 지나쳐가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를 때도 환호성을 내지 않았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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