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몸담은 박상희 거부감?… 정권에 밉보인 김영배 경총 전 부회장 타깃?

입력 2018-02-23 19:17
박상희 회장, 왜 막판에 경총회장서 낙마했나

(1) 어떻게 뒤집혔나
박 회장, 민주·새누리당서 정치활동
전형위 "경제계 대변 부적절 인물"
이르면 내주 후보자 재선출

(2) 핵심실세 개입했나
정권 핵심과 가까운 與 초선의원
손경식 CJ회장 추대 압박 의혹
해당 의원·청와대 "개입 안했다"

(3) 김영배 겨냥했나
최저임금·일자리 확대 등
문재인 정부 정책에 잇따라 반기
대통령으로부터 공개 질책 받아


[ 도병욱 기자 ]
차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이 여권 개입설로 번졌다. 일부 경총 회장단이 모여 박상희 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했지만, 정작 정기총회가 열리자 없던 일이 됐다. 이어 정권 실세가 깊숙하게 개입했다는 소문까지 나왔다. 당초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던 경총 회장 자리를 놓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하루 만에 뒤집혔나

23일 경제계에 따르면 박병원 전 경총 회장은 임기 만료(지난 22일)를 앞두고 여러 차례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경총 회장단 일부가 지난 19일 만나 차기 회장 문제를 논의했다.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과 조용이 경기경총 회장, 김학권 인천경총 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복규 경총 감사 등이었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이 박상희 회장을 추천했고, 일부가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다수의 뜻이 그렇다면 내가 나서겠다”고 답했다. 반면 박 감사는 “여기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일부 참석자는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다음날인 22일, 정기총회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연출됐다. 차기 회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전형위원회의 일부 위원들이 “박상희 회장에게 경총을 맡기면 안 된다”고 제동을 걸었고, 결국 전형위는 회장 후보자 선출을 보류하기로 했다. 전형위원장을 맡은 박복규 감사는 “의견이 엇갈려 당장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다음주 다시 전형위 회의를 열고 후보자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형위는 이와 함께 김영배 상임부회장의 사임도 결정했다.

박상희 회장은 총회장에서 “일부 대기업 회원사가 주도적으로 나서 내가 차기 회장이 되는 걸 막았고, 경총은 총회 직전 전형위원을 바꾸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병원 전 회장은 “전형위원 구성 권한은 전임 회장에게 있고, 총회 의결을 거쳤기 때문에 절차적 문제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박 전 회장은 경총 간부에게 19일 모임 결과를 보고받은 뒤 “박상희 회장이 차기 회장이 되려면 당시 자리에 없었던 부회장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니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 실세 개입했나

경총 회장 자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여권 핵심 의원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H의원이 경총 회원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손경식 회장을 차기 경총 회장으로 선출하고 김영배 부회장을 그만두게 하도록 독려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 회원사들이 박상희 회장으로 모아지는 듯한 추대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회장 선출을 원점으로 돌렸다는 소문이 경제계에 나돌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H의원은 노무현재단 상임위원을 맡은 경력이 있는 등 정권 핵심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과거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번갈아가며 몸담았던 박상희 회장을 껄끄럽게 여겼을 개연성은 충분하다”며 “하지만 박 회장만 타깃으로 했다고 봐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H의원과 청와대는 이날 관련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H의원은 “나는 경총 회장 인사를 좌우할 정도로 실세가 아닌데 억울하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측도 “민간단체인 경총 인사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영배 부회장이 타깃?

경제계 일각에서는 여권이 박 회장이 아니라 김 부회장을 밀어내기 위해 개입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총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당초 김 부회장은 박병원 회장과 함께 물러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박상희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급부상하면서 다시 연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이 사실”이라며 “정권 핵심이 ‘눈엣가시’ 같은 김 부회장을 낙마시키기 위해 박 회장 선출을 막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에 쓴소리를 던지며 청와대에서 공개적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세금을 쏟아부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임시방편 처방에 불과하다”는 김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강력 경고한 바 있다. 이후 경제계에서는 여권이 김 부회장을 교체하기 위해 다각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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