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파견은 제재 무력화, 북미대화 겨냥한 김정은의 노림수"

입력 2018-02-22 20:45
수정 2018-02-23 05:27
'평창 외교' 2라운드

북한, 평창 폐막식 고위급 대표단 파견
남북 관계 개선 지렛대 삼아
북미 비공식 만남 있을 수도

청와대 "문 대통령, 김영철 면담"
남북 정상회담 등 논의 가능성


[ 김채연 기자 ]
북한이 오는 25일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파견하겠다고 22일 우리 정부에 통보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과의 ‘제2차 북·미 접촉’ 시도가 성사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청와대는 ‘이방카-김영철’ 대화 가능성에 대해 “이번에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로 북·미 접촉이 전격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망이다.

◆김정은의 ‘풀 베팅’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자신의 여동생 김여정을 파견한 데 이어 폐막식에 김영철을 급파키로 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지렛대로 해 북·미 접촉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쪼들리고 있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해 ‘풀 베팅’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통화에서 “미국은 평창 이후에 대북 제재를 하겠다고 예고했고, 한·미 연합훈련도 예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은 (이 문제를 어떻게든 풀기 위해) 북·미 대화 가능성에 기대를 안고 내려오는 것”이라며 “다만 북·미 간 합의가 안되면 미국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미 간 접촉 시도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모습은 양측이 만남 여부를 놓고 샅바싸움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며 “폐막식에서 북·미간 자연스러운 조우는 있을 것이고, 비공식적으로도 낮은 수준의 만남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엔 구체적 결과를 도출하려고 하기보다는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고위급 인사 파견이 북·미 대화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과 김영철간 회동은 폐막식을 포함해 최소 2차례 이상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북 대표단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영철은 한국, 미국 모두의 제재 대상인 상징적 인물인데 미국이 그런 인사와 따로 만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게다가 북한은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는 모습을 제일 싫어하고, 북한이 원하는건 우리 민족 대 미국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이번에 올림픽 이후 한·미 군사훈련, 핵 실험 등에 대한 한반도 정세관리와 남북 정상회담 등에 대한 추가 논의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 문제가 정리가 돼야 북·미 대화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마지막까지 체제 선전장으로 이용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올림픽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이 주인공을 하겠다는 취지”라며 “내려온 김에 대북제재를 흐트러뜨리는 등 실보단 득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중재로 극적 회동 가능성도

청와대는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을 부인하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폐회식 방한을 계기로 북·미가 접촉할 계획이나 기회는 없을 것”이라며 “지난번에 만남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두 나라가 상황 인식을 하고 갔기에 당장 뭘 만들어낸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양측의 접촉을 피하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양측이 접촉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본다”며 “폐회식장에서도 동선이 겹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북·미 간 고위급 회동이 만남 직전에 불발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로 평창에서 북·미 간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이 김영철과 이방카 선임고문을 각각 따로 만나는 자리에서 차후에 북·미 대화가 이뤄지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노력은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