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부동산 정책 '쓴소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두더지 잡기’”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이 최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을 하면서 던진 말이다. 두더지 잡기 게임은 튀어오른 두더지를 망치로 쳐 들어가도록 하는 게임이다. 쳐도 쳐도 다른 두더지가 튀어 나온다. 현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비유를 동원해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그는 국회에서 유일한 부동산 전문가로 통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출신으로 20년 이상 주택·도시계획을 연구해왔다. 별명은 ‘국토위 껌딱지’다.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당에서 국회 일정을 보이콧 할 때도 나홀로 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당론보다는 민생정책 논의를 중시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서민을 우롱하는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 의원을 만나 현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두더지 잡기’라고 꼬집었는데.
“과열되는 지역이 생길 때마다 두더지잡기 하듯 찍어내리는 데 급급하다. 땜질 처방으론 풍선효과와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주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고민이 부족하다.
특히 강남 부동산시장에 대해선 왜곡된 접근을 하고 있다. 멸실물량을 포함한 공급부족이 집값 상승의 원인인데 투기수요 때문으로만 해석한다. 부동산을 정치로 활용하기 위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다는 인상마저 준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뻔히 알면서도 무책임하게 겁주기식 발언을 쏟아낸다. 비판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학계와 기관은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쓴소리를 해야 한다.”
▶정부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한다는 얘기인가.
“정의라는 이름을 달고 질주하는 열차 같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꼭 멈추는 게 아니라도 속도조절이 필요한데 정책 어디에도 브레이크가 보이지 않아 우려스럽다.”
▶보유세 인상 카드까지 나왔다.
“일단 정부 안이 나오지 않아 재단하긴 힘들지만 일부 계층만을 겨냥한 보유세여선 안 된다. 정의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보유세 전반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타깃을 정해 급속하게 보유세를 올리려 한다면 그건 징벌적 조세로 봐야 한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사실상 종합아파트세다. 땅과 상가도 부동산에 포함되지만 보유세 현실화 문제가 거론될 때는 논의되지 않는다. ‘꼬마 빌딩’ 등도 마찬가지다. 비주거용일 경우 보유세 과표가 굉장히 낮다 보니 손대는 순간 엄청난 조세저항에 부딪힐 게 뻔하다. 그게 무서워 특정 지역과 특정 계층만 겨냥하려는 게 아닌가.
또한 고가 아파트 소유주에 대해서만 유독 투기세력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사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도 힘들다.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물었더니 ‘오래 갖고 있으면 투자, 단기매도는 투기’라고 답했다. 그러나 ‘8·2 부동산 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배제했다. 오래 갖고 있어도 투기라고 보는 건데 정부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이 있나.
“주택시장 내부의 문제론 수급을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총량과 관계없이 일어나는 쏠림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낙후한 도심의 주거 여건을 개선해 인기 지역으로 떠날 요인을 줄이고 다른 곳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살 만한 주거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하려는 도시재생의 방향이다. 그런데 집값 자극의 우려가 크다며 서울을 모두 빼버렸다. 살기 좋은 지역으로 바뀌는데 값이 조금도 안 오를 수 있나.
최근 아파트 가격 급등에 따른 정부의 부담은 이해한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은 집값 잡기에 매몰돼선 안 된다. 하루가 멀다하고 강남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동안 집 없는 서민을 위한 단기 대책과 혁신 정책은 실종됐다. 국토부 장관은 대정부질문 때 경제분야만 참석하고 사회분야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주택을 경제 문제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연 서민 주거복지가 최우선 과제라고 말할 수 있는가.”
▶정부는 이미 지난해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놨다.
“이름은 로드맵이지만 국민 입장에선 언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말 그대로 로드맵을 그릴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구체적인 방안과 세부적인 실행 목표가 없다. 정부가 공급한다는 임대주택은 2년 이상 기다려야하고 어디에 공급되는지도 알 수 없다. 정책을 급조하는 과정에서 이전 정부부터 계획했던 사업을 포장만 바꿔 내놓거나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재탕한 경우도 많다. 청년주거를 강조하지만 공급 물량은 거의 그대로 두고 수혜 대상자만 늘렸다. 경쟁만 심화될 게 뻔하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도 거론된다.
“글쎄, 정부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 전·월세상한제는 사실상 이미 법에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이 함께 작동되느냐의 문제다. 임대차보호법의 전반적인 틀을 보완한다면 계약갱신청구권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강화하는 방법만이 아니라 단축할 방법도 필요하다. 월세시장의 경우 계약기간 2년에 묶여 실제로는 살지 않는 기간 동안의 임대료를 내줘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입법이 임대료 급등만 염두에 두고 있어 역전이 일어날 때를 고려한 법적 장치는 없다. 짧게 살고 싶은 사람들은 빨리 나올 수 있도록 계약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
▶‘청년주거안정지원 특별법’을 발의했는데.
“‘무한도전’을 통해 약속했던 법안이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선 조례를 통해 청년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장의 의지가 없는 곳에선 지원이 부족하다. 기본법으로 근거를 둠으로써 지역간 불균형을 맞추자는 취지다. 지방도시의 경우 청년에 대한 주거지원을 특화해 청년인구를 유입하고 유출을 막을 수 있다면 도시재생과도 연계할 수 있다. 기존 공공임대 체계에서 청년들에게만 우선순위를 주면 다른 대기자들의 기회를 빼앗는 만큼 민간과 사회적경제주체 등으로 공급자의 범위를 넓혔다. 빠른 시간 내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름이 청년법일 뿐 청년의 범위를 만 39세까지로 정해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신혼부부 등 경제적 계층 이동이 어려운 이들을 아우른다.
현장에서 청년들을 만나며 느꼈던 점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양질의 주택을 찾을 수 있게 하려면 비용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이사할 때 개·보수비용과 중개수수료를 줄여주고 군 입대 등으로 임차기간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계약을 종료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보증금의 유무에 따라 주거환경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소액 보증금의 경우 보증기관의 신용보증서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포함했다.”
▶입법 과정은 순조로운가.
“이달 초 공청회를 열었다.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이뤄졌지만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국토부와 국회의 검토의견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현실을 하나도 모르는구나’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청년을 중시하겠다면서 청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두곤 굉장히 소극적인 모습이 모순적이다.
빠르면 4월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 같지만 부처가 적극적이지 않아 섭섭한 마음이 있다. 정책이란 건 늘 후행한다. 가슴 아픈 말이지만 사고가 나지 않는 한 빠르게 입안되기 어렵다. 참 어리석은 부분이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노인 문제는 앞으로도 이슈가 되겠지만 청년 문제는 현재를 놓치면 실기할 거라 본다. 사회정책으로 끌어안아 지원해야 한다.”
▶임기 중 해결하고 싶은 다른 현안은.
“크진 않지만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깨알 입법’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예컨대 여의도 입성 후 처음 발의했던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경우 계약갱신 거절 통지기간을 종전 1개월에서 2개월로 늘려 서로의 피해를 줄이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에만 30개 법안을 발의했고 이 가운데 13건이 국회를 통과했다.
꼭 법안이 아니더라도 상임위원회를 통해 개선을 유도하는 사안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파트 경비인력 축소에 대한 부분이다. 지난해 시행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경비원의 업무를 경비에 국한하면서 해고를 촉진시킨 꼴이 됐다. 무인경비시스템을 갖췄다면 굳이 경비원이 필요하지 않아서다. 부당한 지시가 아니라면 총체적 주택관리를 할 수 있는 주거관리 인력으로 경비원의 업무를 규정하고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 국토부 장관에게 여러 차례 지적한 문제지만 전혀 고민을 하지 않는 듯하다.”
▶연구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 어려웠던 점은.
“정책 전문가였기 때문에 입법이 쉬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총의를 모으는 건 생각보다 힘들고 오래 걸린다. 꼭 필요한 문제라도 다수의 목소리가 아니면 반영이 힘들다. 반영했더라도 실질적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발로 뛰었다. 생생한 이야기를 설파하지 않는다면 동료 의원들을 설득할 수 없다. 청년들은 내가 보수정당 소속인 탓에 처음엔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경계심을 허물고 마음을 열어줬다. 유연하고 여린 이들이다.
이 같은 경험을 두 권의 의정보고서에 담았다. 한 권은 감옥보다 못 한 청년들의 주거 환경을 짚었다. 나머지 한 권은 임대차계약 때 주의해야 할 팁을 요약했다. 부동산 전문가로서 청년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인 셈이다. 원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벌써 2000부가량 찍었을 만큼 반응이 좋다.”
▶앞으로 어떤 의원이 되고 싶나.
“비례대표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 지역 이기주의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으니 그만큼 올바른 정책을 펼칠 수 있다. 물론 내가 세상의 아픔을 얼마나 제도권으로 가져올 수 있느냐가 과제다.”
글=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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