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3552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며 자기자본을 확충에 나섰다. 21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신용공여(대출) 확대와 향후 자본 활용 역량 증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키움증권은 3552억원 규모의 RCPS 329만3173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0일 장 마감 후 공시했다. RCPS는 약속한 기간이 되면 자금을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우선주다. 한국증권금융, 신영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주당 10만7859원에 배정받을 계획이다. 상환기간은 2021년 2월22일부터 2038년 2월22일까지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증을 통해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이 1조5000억원(지난해 말 기준)에서 업계 9위인 1조9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신용공여 한도가 확대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100%까지만 신용공여가 가능한데, 최근 증시 활황으로 시장 신용융자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키움증권의 신용한도 증가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 회전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키움증권이 필요한 조치를 적시에 취했다는 평가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 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키움증권의 시장점유율(MS)이 과거 최고 수준까지 상승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는 신용한도 부담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유상증자와 지난해 발행한 전환사채 등으로 신용한도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이는 추가적인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신용공여가 현재 약 1조2000억원으로 한도에 근접한 상황에서 확대된 자기자본으로 추가 제공이 가능해졌다"며 "3%포인트 이상의 마진 창출뿐 아니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시장 지배력 확대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증자 가능성이 이미 제기됐고, 지분 희석 위험도 크지 않아 이에 따른 주가 우려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자본 확충을 계기로 키움증권의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키움PEF, 키움인베스트먼트, 키움저축은행 등 자회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 만큼 추가적인 '투자은행(IB)+자기자본투자(PI)' 모델의 전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 연구원은 "확대된 자본을 신용공여뿐 아니라, 향후 PI투자와 투자 자회사 역량 강화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라며 "시장에서는 브로커리지 측면에서만 접근하지만, 향후 주가 리레이팅(재평가)의 관건은 자본활용역량의 입증 여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기자본 증가로 다양한 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이어져 자기자본이익률(ROE) 희석도 실제로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부터 유상증자는 키움증권 주가의 저가 매수 및 레벨업 기회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4번의 유상증자와 1번의 주식담보대출 유동화 때마다 주가는 하락 후 바로 반등했다"며 "RCPS는 과거와 같이 오히려 키움증권 성장의 촉매제가 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며 키움증권 주가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12분 현재 키움증권은 전날보다 2000원(1.91%) 오른 10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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