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이르면 4월부터 대형 금융지주회사와 계열 은행들에 검사역을 상주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한경 2월20일자 A1, 14면). 대형 은행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더욱 밀착 감시해 위험요인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다.
하지만 ‘옥상옥’ 관치(官治)라는 비판이 나온다. ‘상주 검사역제’가 금융감독의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은행의 경영에 직접적인 개입과 간섭만 더 늘릴 것이란 지적이다. 더구나 금감원이 상주 검사역제 도입을 처음 거론한 시점이 지난해 말 민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문제삼았을 때여서 도입 배경에 대한 뒷말도 없지 않다.
국내 금융감독 체계는 적어도 제도 면에서는 빈틈을 찾기 힘들 만큼 촘촘하다. 금감원은 검사국 조직에 수시로 자료를 제출받아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상시감시팀과 현장 검사를 담당하는 일반검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회사별로 전담 검사역도 있다. 위기 징후를 이중삼중으로 감시하는 구조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에는 금융업법 및 감독규정에 따라 경영진 견제 역할을 하는 상임감사위원 또는 상임감사가 있고, 리스크 담당 임원도 따로 있다.
금감원은 미국 사례를 들며 상주 검사역제 도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통화감독청이 대형 은행 18곳에 수십 명씩 상주 검사역을 파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제 역할을 못 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온갖 규정을 들이대며 상품 개발부터 대출 금리까지 개입해온 결과가 세계 70위권이라는 한국 금융 경쟁력이다. 금융당국이 ‘대한민국 금융지주회사’가 돼 금융회사를 통제하려 해서는 이런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경영 자율권을 주고 잘못하면 확실히 책임지게 하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