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설 기자 ]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가 석유를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 ‘페트로’를 발행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0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매장 원유를 담보로 3840만페트로를 사전 판매한다. 판매 예정한 전체 물량은 1억페트로(약 6조4440억원)다. 사전 판매분은 페트로로 전환이 가능한 토큰 3840만 개 분량이며 나머지는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1페트로에 60달러로 지난달 중순 베네수엘라산 원유 1배럴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정부 주도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베네수엘라가 처음이다. 가상화폐 발행을 통한 달러화 조달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금융제재를 피하고 경제난과 유동성 위기도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터키 캐나다 브라질 등의 투자자들에게 페트로를 팔겠다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이 페트로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한 데다 통화 발행 주체인 베네수엘라 정부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페트로 거래는 미국 정부가 금지한 베네수엘라 정부와의 거래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가상화폐 관계자들도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2600%에 달하고 대외부채가 1300억달러(약 139조4900억원)로 추산되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가상화폐에 부정적이다. 영국 가상화폐 정보업체 크립토컴페어의 찰스 헤이터 최고경영자(CEO)는 “담보로 삼고 있는 석유 개발(탐사 및 생산) 시장은 막대한 국가 채무 위험과 조작의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