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엔 인권, 한국엔 통상… 한반도서 '두 개의 전쟁' 벌이는 트럼프

입력 2018-02-20 18:46
수정 2018-05-21 00:00
한·미 동맹 문제없나

현장에서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적, 한국은 엇나가는 동맹 인식
남북을 라인 밖의 상대라 판단"

그 사이 한국 기업만 피멍 들어

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 박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의 용인술 핵심은 ‘충성심’과 ‘팀워크’라고 한다. 29세의 호프 힉스가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조직의 공보국장으로 발탁된 이유고, 한때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이자 ‘진짜 대통령’으로 불리던 스티브 배넌이 ‘팽(烹)’당한 이유다. 팀 내 무한경쟁을 부추기지만 자신의 머리 위로 올라서거나 라인 밖으로 나가는 순간 바로 내친다고 한다.

주한 미국대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낙마(落馬)한 가장 큰 이유가 ‘팀워크’를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그래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차 교수는 선제타격 같은 블러핑(엄포)도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거론하는 백악관 외교안보팀의 라인 밖에 서기를 끝까지 ‘고집’했다는 후문이다.

백악관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한국을 모두 ‘라인 밖의 상대’로 보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1993년 북·미 간 핵 협상이 시작된 이후 25년간 끊임없이 ‘미국을 갖고 논’(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트위터에 쓴 표현) 믿을 수 없는 적(敵)이다. 한국은 이런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한 ‘최대 압박’ 작전에서 빠져나가려는 ‘엇나가는’ 동맹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들어 한국에 대해 두 번 ‘폭발’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대화 제의를 ‘일언반구’ 없이 받아들였고,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리셉션 때는 북한 정권 지도부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한자리에 앉히려고 부단히 노력했다는 이유에서다. ‘코피(bloody nose) 전략’을 흘리며 북한을 코너로 몰아붙인 노력도, 지성호 씨 등 탈북자를 내세워 ‘대북 인권전쟁’을 시작한 노력도 문 대통령이 깡그리 무시했다고 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당신과 문 대통령을 이간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지금 미국 대통령이고 우리는 한국에 연간 31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이것은 꽤 강한 협상 칩(chip)”이라고 답했다. 무역적자를 지렛대로 한국을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 후 일은 지금 보고 있는 대로다. 미국은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태양광패널 등에 30~50%의 관세(세이프가드)를 때린 데 이어 지난주엔 철강에 53%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의 북핵 대화론이 맞는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론이 맞는지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김정은이 ‘작전 성공(한·미 동맹 균열)’에 웃고 있고, ‘진실의 순간(핵무기 완성)’은 째깍째깍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그 사이 한국 기업만 피멍 들고 쓰러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