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예고하는 근로시간 단축안
당·정, 근로시간 단축 입법 제안
"노동계 무마용 당근만 잔뜩"
휴일 근무 원천금지 신설
노사 서면합의 땐 예외 인정
현금보상 않고 대체휴가 1.5배
유급휴일도 보름 더 생길 판
이번 임시국회 문턱 넘나
중기 "지금도 공휴일 못쉬는데
인건비 부담으로 직결될 것"
노동계 "유급휴가 조속 시행을"
[ 좌동욱/심은지 기자 ]
20일 정부와 여당이 작성한 ‘근로시간 단축 입법을 위한 대안’ 문건을 받아 본 주요 경제단체와 대기업 노사 관련 임원들은 “설마 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며 말을 잇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모든 경제단체가 “근로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노동계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당근책이 다수 포함됐다”고 우려했다.
◆중복할증 대신 유급 휴일 확대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3대 노동 입법으로 꼽힌다. 작년 말 여야 3당 간사가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국회 법 통과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이용득, 강병원 의원 등 일부 의원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회의 법 개정 논의는 3개월여 가까이 중단됐다. 휴일 근로수당을 현행 150%에서 200%로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 측의 ‘휴일근로 중복할증’ 주장이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에 새롭게 제시한 대안은 이런 ‘중복할증’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방안이다. 대안은 두 가지로 제시됐다. 1안은 근로기준법에 휴일 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불가피하게 휴일 근무를 하더라도 금전으로 보상하는 것은 금지된다. 대신 휴일 근로시간의 1.5배에 달하는 대체휴일을 보상한다. 근로자가 휴일 근무 시 통상임금의 150%를 주는 현행 근로수당을 포기하고 휴가로 대신 받는 방식이다. “세계 최장 수준인 국내 기업의 근로시간 관행을 줄이고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법 개정 취지에 충실했다”(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는 게 여당 측 입장이다.
◆기업 “인건비 부담으로 직결” 우려
기업들은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탁상공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스란히 규제로 작동하거나 인건비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는 조치들이라는 항변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거세다. 주문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하거나 특정 시기에 수요가 집중된 기업은 대체휴일을 보장하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휴일 근무를 하는 이유는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제때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대해서는 주당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여야 정치권에 요청했는데 이와 반대되는 법 개정안을 내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여당은 1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2안을 마련했다. 2안은 지난해 말 여야 3당이 합의한 법 개정안에 공휴일을 유급 휴가로 강제하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 휴일을 보장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일요일 또는 노사가 합의한 특정 요일이 돈을 받고 쉬는 휴일이다. 여기에 대부분 대기업은 노조와 단체협약에 따라 국경일, 명절, 어린이날 등 공휴일도 유급 휴가를 보장한다.
이렇게 유급 휴가로 쉬는 날이 일요일을 제외하고도 연간 15일 이상이다. 공휴일을 휴무일로 지정하지 않는 기업엔 연간 15일치 인건비 부담이 추가로 발생하는 셈이다.
◆노사 관계에 과도한 정부 개입
여당은 1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야당과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2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계 안팎에선 노동계가 2안을 선호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여야 정치권이 합의안을 내놓으면 공식 의견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공휴일 유급 휴가 보장’에 대해서는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며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경제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노조에 정치권이 내놓은 선심성 조치”라고 비판했다. 2016년 고용노동부의 기업체 노동비용 시범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인 이상 29인 이하 중소기업에서 공휴일에 쉬지 않는 기업 비율이 27%에 달했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300인 이상 기업도 8.9%가 공휴일에 쉬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계의 또 다른 고민은 정치권의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마냥 반대하기도 어렵다는 데 있다. 두 달 뒤면 대법원이 지난 10년 가까이 미뤄온 ‘휴일근로 수당에 대한 중복할증’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이어서다.
좌동욱/심은지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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