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질 위험 있어야만 재건축"… 목동·상계동 아파트 '직격탄'

입력 2018-02-20 17:31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이르면 다음달부터 안전진단 대폭 강화

조건부 재건축은 공공기관 재점검 받아야
양천구만 2만4300여 가구 타격 받을 듯
"새 아파트 공급부족… 집값 더 오를 수도"


[ 이해성 기자 ]
국토교통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로 서울에서만 당장 10만 가구 이상의 재건축이 전면 중단될 전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1988년 2월 이전에 준공돼 재건축 연한이 다가왔지만 안전진단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가구 수는 10만3822가구에 달한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가 자리잡은 양천구(2만4358가구)가 가장 많다. 주공아파트가 밀집한 노원(8761가구), 노후 중층아파트가 많은 강동(8458가구)·송파(8263가구) 등도 적지 않다.

이들뿐 아니라 이달 이후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우는 아파트들의 재건축도 줄줄이 늦춰질 전망이다. 새 아파트 공급 부족에 따라 아파트값이 중장기적으로 더 오를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안전진단 이후 실제 공급(준공)까지는 10~15년이 걸린다”며 “지금 공급 부족을 논하는 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구조 안전성 가중치 2.5배 강화

지금은 안전진단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실상 30년만 되면 재건축에 들어갈 수 있다. 국토부는 앞으로 무너질 위험이 있는 단지 위주로 재건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안전진단 평가항목 가중치 변경을 통해서다. 현행 평가항목 가중치는 주거환경(40%),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30%), 구조안전성(20%), 비용분석(10%) 등으로 구성된다. 국토부는 구조안전성 항목 비중을 50%로 높이기로 했다. 기존보다 2.5배로 올라간다. 박근혜 정부 시절 부동산 경기를 위해 40%에서 20%로 완화한 것을 2006년 수준(50%)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주거환경 분야 평가항목은 40%에서 15%로 낮춘다. 도시미관, 침수피해 가능성, 소방활동 용이성, 가구당 주차대수, 일조환경, 노약자와 어린이 생활환경 등으로 평가하는 항목이다.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항목은 30%에서 25%로 줄어든다. 지붕·외벽마감 등 건축마감 상태, 급수·급탕설비 등 기계설비 노후도, 전력간선설비 등 전기통신설비 노후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다. 내진 보강 등 개·보수할 때 총비용과 재건축할 때 총비용을 서로 비교하는 비용분석 항목은 비중 변화가 없다. A~E 등 5개 등급으로 나눠 평가하는 것은 현재와 마찬가지다. 주거환경이 극도로 열악할 경우 예외적으로 E등급으로 구분해 구조안전평가 없이 재건축으로 직행하도록 한 규정 역시 유지한다.

김흥진 주택정책관은 “재건축은 (사업) 미동의자에 대한 강제 처분권 부여, 용적률 상향 등 여러 공익적 혜택을 주고 사회기반시설 부담을 가중시키는 사업인 만큼 꼭 필요한 사업만 추진돼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소급적용은 없을 것”

조건부 재건축에 제동을 건 것도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현재 안전진단 후 종합점수가 30점 초과~55점 이하일 땐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내린다. 치명적 구조결함이 없어 점수가 모호하게 나온 경우다. 시장·군수가 주택시장과 지역여건 등을 고려해 사업시기를 5~10년간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론 시기조정이 전혀 없었다. ‘30점 이하’인 재건축 판정과 동일하게 운영됐다. 앞으론 조건부 재건축 판정이 나면 한국시설안전공단 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이 해당 판정의 적정성을 반드시 검토한다. 적정성 검토 결과 ‘유지보수’ 판정이 나면 재건축 사업 추진이 일단 어려워진다. 사업을 추진하려면 업체를 재선정해 안전진단 절차 등을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다만 시행령 개정 전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공공기관 재검을 받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급적용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자체 현지조사도 강화

안전진단에 앞서 지방자치단체가 현장을 방문해 육안으로 조사하는 ‘현지조사’의 보완 규정도 생겼다. 시장·군수가 필요에 따라 현지조사를 공공기관에 의뢰할 수 있는 근거를 추가한다. 그러나 강행규정이 아닌 데다 지역여론에 민감한 시장·군수에게 이 같은 선택규정을 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삼술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운영실태를 본 뒤 실효성이 없으면 (공공기관 현지조사를)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및 안전진단기준 고시 개정 예고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오는 4월 초 새 기준을 시행할 예정이다. 시행일 이후 처음으로 안전진단 기관(업체)에 진단을 의뢰하는 단지부터 적용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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