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고인과 동일성 단정 못해"…증거능력 엄격 적용 추세
유죄선고 원심깨고 파기환송
원본과 동일성 입증 못한 복제 디지털 파일도 증거 부정
[ 고윤상 기자 ]
마약 성분을 검출하기 위해 소변과 머리카락을 채취한 뒤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밀봉했다면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지난 8일 마약투약 혐의로 기소된 차모씨(51)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차씨는 2016년 9월 서울 등지에서 ‘필로폰’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차씨를 수사한 경찰은 당시 차씨의 소변과 머리카락을 임의로 제출받았다. 하지만 차씨가 보지 않는 곳에서 이를 밀봉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이후 차씨는 국과수에 보낸 채취물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1·2심은 “소변이 바뀌었다거나 착오 내지 오류가 있다는 등의 구체적인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으로부터 채취한 소변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인정해야 한다”며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구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시료의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돼야 한다”며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대법원은 증거의 동일성을 하급심에 비해 엄격히 적용하는 추세다. 지난 8일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디지털 증거의 무결성·동일성 입증이 없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86억원대 조세포탈 혐의를 받는 김모씨 사건의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이 복제본으로 제출된 증거에 대한 검사의 증명을 문제삼아 증거능력을 부정한 첫 사례였다.
검찰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확보한 USB 내 파일 중 포탈세액을 특정하기 위해 ‘판매심사파일’ 등 증거자료를 선별했다. 이후 이 파일들을 CD와 출력물 형태로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판매심사파일’ 등 출력물과 이 사건 USB 내 원본파일 내용의 동일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절차적 엄격성에 대해 대법원이 좀 더 높은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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