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김정은, 함께 일해야 할 사람"… 펜스 "북한 핵포기 때까지 압박"

입력 2018-02-19 17:38
수정 2018-02-20 05:13
압박·대화 '투트랙 전략' 펴는 미국

틸러슨 "채널 열고 있다는 것 북한이 알도록 하는 게 나의 일"

이방카 방한 전 한미 정상 통화 주목


[ 김채연 기자 ]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가리켜 “우리가 북핵 해결을 외교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해야 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전날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압박하겠다”며 ‘최대한의 압박’ 전략을 강조했다. 미 고위 안보 관리들의 엇갈리는 메시지를 두고 북한에 대한 ‘채찍 전략’을 강조하면서도 북·미 간 대화의 문은 열어놓는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외교 수장으로서 나의 일은 우리가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반드시 알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당신(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적 해법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느냐는 물음엔 “첫 번째 폭탄이 떨어지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우리는 그들에게 대화를 설득하기 위해 커다란 채찍(large sticks)을 사용한다”며 “압박 작전이 진행 중이며 북한의 수입원과 군사 프로그램을 갉아 먹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펜스 부통령은 지난 17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행사 연설을 통해 “미국은 그들(북한)이 이 나라를 위협하는 것을 멈추고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끝낼 때까지 북한 독재정권에 대한 최대 압박을 계속해서 가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이날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김정은 정권’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잔인한 독재정권이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로 전 세계를 위협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안보 당국자들은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국이 북핵 프로그램 중단을 위한 선제공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WP는 ‘미 고위직 관리들이 세계를 향해 트럼프 트윗은 무시하라고 말한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미 고위 관리들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흐름과는 때때로 충돌하지만 전 세계에 대한 헌신이라는 관점에서 미국은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 트윗’으로 불안해하는 동맹들을 안심시킨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주말쯤 예상되는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의 방한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통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문한 지 열흘이 다 돼가도록 한·미 정상 간에는 아직 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간 대북 정책기조를 놓고 양국 정상이 긴밀한 공조를 해온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남북정상회담 추진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어 양국 정상이 통화를 하더라도 북·미 대화, 남북관계 등 전반에 대한 얘기가 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정상 간 통화에 앞서 양국 안보 사령탑 간 사전 정지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