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재테크 기술보다 자기경영 먼저"

입력 2018-02-19 13:50
수정 2018-02-23 11:34
경제적 자유 (3) 청울림(下)



▶(上)편에 이어 계속

대기업 퇴사 3년 반 만에 경제적 자유를 쟁취한 유대열 다꿈스쿨 대표(닉네임 청울림)는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먼저 만든 뒤 시세차익형 투자를 시작했다. 월급 절벽에 직면한 전업 투자자 입장에선 당장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부터 구축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봤다. 월세 투자의 효과는 단순히 현금흐름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았다. 아파트값이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원리를 깨닫게 해줬다. 바로 시세차익형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선 이유다.

▶시세차익형 투자에 나선 계기는.

-월세 투자를 할 땐 집값 상승은 기대도 안 했다. 일단 모아서 보유하자는 생각뿐이었다. 모아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2013년 놀라운 경험을 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5000만 원에 사서 월세 놨던 소형 아파트가 산 지 6개월 만에 1억 원으로 뛰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호재 덕이었다. 그즈음 천안에서도 또 집을 팔라고 전화가 왔다. 7000만 원에 산 아파트가 1년 만에 1억 5000만 원이 돼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가 지방 대세 상승기였다.

의문이 생겼다. 왜 몇 년 동안 안 오르던 지역 아파트들이 차례로 갑자기 오를까. 왜 A 지역은 오르고 B 지역은 안 오를까.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봤다. 10년 안에 큰 상승이 어떤 지역이든 한 번은 온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일단 한 번 사들이면 10년은 기다린다는 원칙이 생겼다. 월세수익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월세 투자에 더 확신을 하게 됐다.


▶대구 투자가 투자 방식 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들었다.

-지방 부동산 대세 상승기는 2009~2014년이었다. 2011년 어느 날 대구에 월세 투자를 하러 갔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이다. 집값이 1억 원인데, 전셋값이 9000만~9500만 원이었다. 대구에 들어가는 투자자는 그래서 대부분 전세로 집을 사고 있었다. 의아했다. 월세를 받아도 투자금 500만 원 드는 건 똑같고, 현금흐름도 생기는데 왜 전세를 줄까.

당시 대구 아파트 입찰에서 계속 떨어졌다. 대구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게 원인이었다. 월세 투자는 경매로 해야 한다. 대출이 80% 이상 나오니까. 일반 매매로는 대출을 80%까지 받기가 어렵다. 매번 패찰 하니까 전세로라도 집을 사기로 했다. 대구 수성구와 북구에서 아파트 세 채를 전세 끼고 샀다. 전세 투자는 처음 시도한 거였다. 매입 후 2년 만에 50% 오르는 걸 경험했다. 그걸 보면서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건 입주물량이라는 확신을 하게 됐다. 대구는 입주물량이 아주 부족했다. 2007년 2만 7344가구에 달했던 대구 입주물량은 2011년 5,744가구, 2012년 4,955가구 등으로 급감했다. 그 여파로 기존 집값이 급등했다.

▶어느 시점부터 수도권에서도 집을 사기 시작했나.

-그런데 2012년 말 빌라 시세 조사차 경기 화성시 병점동 중개업소에 갔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전용 59㎡ 아파트 매매가가 1억 7000만 원인데, 전세물건이 1억 5000만 원에 나와 있었다. 갭 차이가 이렇게 적은 건 지방에서나 보던 현상이다. 드디어 수도권에서 줄어든 갭을 이용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했다.

이런 곳이 수도권에 또 있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때가 2012년 11~12월이었다. 수도권 외곽 여기저기서 매매가와 전셋값이 붙고 있었다. 2012년 12월 병점부터 전세 투자를 시작했다. 갭이 2000만 원 이하까지 떨어진 병점, 산본, 평촌, 일산, 파주 등이 투자 대상 지역이었다.

2013년 4월 그해 연말까지 취득한 주택에 대해선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준다는 정부 대책이 나왔다. 10여 년 만에 나온 초강력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었다.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올라도 양도세를 안 낸다는 건 엄청난 혜택이다.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섰다. 이때만 해도 시장은 겉보기엔 안 좋았지만, 수면 아래서 끓고 있었다. 입주물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아니나 다를까. 2013년 말부터 수도권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대세 상승기 시작 시점엔 수도권 외곽 소형 주택이 먼저 오르더라.

-주택 물량 부족에 의한 전형적인 상승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실수요자 시장부터 오를 수밖에 없다. 시장에 집이 부족해도 집값이 안 오를 때는 다들 임대로 몰린다. 전세가만 계속 오르다가 어느 순간 매매가와 거의 근접하는 때가 온다. 이때도 실수요자들은 전세를 먼저 찾는다. 그러나 매물이 없다. 할 수 없이 매매로 돌아선다. 집이 필요해서 사야 하는 사람들이 매매 계약서를 쓰다 보니 중심지가 아닌 외곽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물가가 오르면 생필품 가격부터 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러면서 점차 중심부까지 상승세가 확산한다.

2014년엔 서울 외곽에서도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붙다시피 했다. 예를 들어 성북구는 당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2014년 8월께 전용 59㎡ 매매가는 2억 5000만 원인데, 전세가가 2억 3000만 원이었다. 투자하기엔 황금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이때부턴 성북 노원 강서 구로구 등 서울 외곽지역 소형 아파트를 공략했다. 투자 결과는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흘러갈까.

-지방 시장은 몇 개 지역을 빼놓곤 완연한 하락장이다. 이 내림세는 꽤 갈 것이다. 지금 많이 떨어지고 있는 충청·경상 지역은 앞으로 2~3년 더 힘들 것 같다. 김해 창원 거제 등은 내년까지 최악의 경기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지역 산업 기반이 무너진 데다가 너무 많은 아파트가 공급됐다.

수도권은 대세 상승장의 후반기에 들어섰다고 본다. 중대형이나 일부 덜 오른 지역의 추가 상승이 이어지지 않을까. 다만 이번엔 상승장이 끝나도 과거와는 달리 급락할 가능성이 높진 않다고 본다. 대외 여건의 큰 변화가 없다면 현재로선 집값이 내려갈 이유가 별로 없다. 공급을 대폭 늘리기 어려워서다.

지금은 투자자까지 가세한 유동성 장세다. 강남이 그동안 너무 많이 올라서 B·C급 지역에서 갭 메우기 장세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 강남이 저렇게 올라버리면 판교, 분당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서울 외곽지역도 마찬가지다. 평형별로도 갭 메우기가 진행될 거다. 중대형이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했다. 다만 공급량이 많은 수도권 외곽은 조심해야 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한때 오를 수 있지만, 떨어지게 돼 있다.


▶올해 투자 강의 대신 자기경영 학교를 열었다.

-다꿈스쿨은 ‘다시 꿈을 꾸는 어른들의 학교’의 준말이다. 처음엔 부동산 강의만 했는데 어느 시점부터 돈을 버는 것보다 자기관리, 자기경영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업투자를 하다 보니 돈을 좇는 투자시장이 건조하더라. 투자를 잘한다고 꼭 잘 산다는 보장도 없고 행복이 돈 많이 버는 것과 꼭 비례하지는 않는 걸 봤다. 생활 습관이 안 좋다든지, 자기만의 원칙이 없다든지, 눈앞에 보이는 것만 쫓는 사람들은 한때 돈을 벌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망하더라. 행복하지도 않더라.

세계적 투자 대가들은 다 철학자다. 피터 린치, 워런 버핏, 벤저민 그레이엄 같은 투자가는 돈을 얘기 않는다. 사람 문화 역사 삶을 얘기한다. 그런데 대부분 투자자는 투자 기술에 매몰돼 있다. 프레임이 그렇게 정해져 있으면 행복한 투자자, 훌륭한 투자자는 언감생심이다. 같이 투자하는 사람들이 모여 책도 읽고 공부도 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수강생들에게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삶을 강조한다.

-자기관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이유는 자유롭기 위해서다. 하지만 경제적·시간적 자유가 전부는 아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놀기만 하면서 말 그대로 ‘자유인’으로도 살아봤다. 이런 것은 저차원적인 자유였다. 진정한 자유, 궁극적인 자유는 내가 스스로 만든 규율을 지키면서 꿈을 좇는 삶이란 걸 깨달았다.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큰 부자들의 마스터키도 ‘규율’이다. 자기만의 엄격한 규율 없이는 큰 부자가 되기 어렵다.

이 세상 규율의 으뜸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거다. 매일 아침 이부자리에서 자기를 일으키는 행위만큼 어려운 게 없다. 이것만 되면 웬만한 자기관리는 다 된다. 규율의 대장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면 시간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새벽에 책 읽고 투자 공부를 하면 집중도도 높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 새벽에 일어나 피곤한 몸으로 산에 올라 소리 지르면 ‘하루를 이기는 삶을 살자’는 마인드컨트롤 효과도 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내면 세상에 겁날 게 없다.

두세 달 새벽 5시에 일어나면 사람이 바뀐다. 새벽 기상의 가장 큰 효용은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자기를 좋아하기보단 미워한다. 자존감이 약해서다. 새벽 5시 기상을 해내면 내 안에 있는 무의식이 말을 건다. 자신감이 넘치고 긍정적인 기운이 풍긴다. 주변 사람들이 나와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다꿈스쿨에서 운영하는 6주짜리 자기운영 캠프의 핵심도 새벽 기상이다. 이게 기본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이것부터 시킨다.


▶어떤 꿈을 좇고 있는가?

-나의 소명은 주변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 삶의 주인이 돼서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길 바란다. 내가 이뤘듯이 다른 사람들도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오는 2025년까지는 다꿈스쿨 회원을 100만 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대한민국 최고의 자기경영 학교를 만들어 보겠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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