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민 금융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소방관을 비롯한 고(高)위험직군 보험상품에 대한 정부 방침이 먼저 나와야죠. 상품을 업계가 알아서 먼저 내놓으라는 건 업계에 손해를 떠안으라는 얘기와 같습니다.”
고위험직군에 대한 보험상품 출시 일정을 묻는 기자 질문에 한 보험업체 관계자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소방관과 경찰 등 고위험직군 대상 전용 보험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고위험직군은 직업별 상해위험등급 중 위험도가 높은 ‘D등급’으로,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 보험사가 가입에 난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대형 화재 등 각종 재난사고가 잇따르면서 고위험직군 보험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반년이 흐른 현재 이 계획은 어떻게 됐을까. 관련 보험상품 출시를 준비하는 보험사는 거의 없다. 고위험직군에 도움이 되는 상품을 출시하면 다른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보험사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이들을 가입시키면 손해가 날 수밖에 없으니 정부의 보험료 지원을 기다리겠다는 게 보험사 속내다.
정부는 보험사가 먼저 객관적인 심사 기준을 마련해 자발적으로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업계를 설득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올해 말께 보험사별 고위험직군 가입 현황을 공시해 업계를 압박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유일한 방안이다. 재난안전 주무부서인 행정안전부엔 고위험직군 보험 관련 담당 부서조차 없다. 당초 올 상반기까지 고위험직군 보험료율 재분류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던 보험개발원 계획도 사실상 미뤄졌다.
정부가 정책성보험 비용을 민간에 무작정 떠넘긴다는 보험업계 주장도 일리는 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고위험직군 보험료를 정부가 일부 지원해야 한다는 업계 주장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특정 직군 가입을 대놓고 거부하는 건 또 다른 얘기다. 늦었지만 정부와 업계가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해법 모색을 시작하는 게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