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인도양의 진주' 스리랑카, 푸른 바다서 대나무 낚시 즐겨볼까

입력 2018-02-18 15:03
수정 2018-02-18 15:31
아니면 통나무 배 타고 밀림 속으로 떠나볼까

'대륙의 눈물' 스리랑카

호텔 테라스에 앉으면 장엄한 바다 풍경 펼쳐져

남쪽으로 한없이 이어진 해변서
느긋한 시간 즐기기 좋아

식민지 시절 세워진 성곽
도시 전체 둘러싼 풍경 장관

리조트 지역 '히카두아'
모든 해양스포츠 체험 가능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많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도다앙 두어' 어촌에선 큰 다랑어 한 마리가 1000원

14세기 아랍 상인들이 찾았던 '함반토타' 항구는 자연미 물씬



인도양의 짙푸른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섬나라 스리랑카. 그 생김새가 이제 막 떨어지려는 물방울처럼 생겼다고 해서 인도 대륙에서 떨어지는 ‘대륙의 눈물’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또 곳곳의 밀림 속에는 지난날의 영화를 짐작하게 하는 고대 불교왕국의 문화유산이 찾는 이들을 압도한다. 때 묻지 않은 대자연과 사람들의 해맑은 웃음, 짙은 녹색의 야자수들 밑에 새하얗게 빛나고 있는 백사장과 푸른 파도까지 곳곳에서 손짓한다. 열대의 낭만을 느끼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 때문에 스리랑카를 일컬어 또 다른 애칭 ‘인도양의 진주’라고 부르던가. 가는 곳마다 매력이 넘쳐서 어느 한 곳 빼놓을 수 없지만, 한정된 시간이라면 인도양의 푸른 파도와 한 몸이 돼 숨은 전설을 찾아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황금 해안으로 불리던 풍요로운 곳

스리랑카 남서해안에는 4~10월에 걸쳐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이때가 되면 망망한 인도양에서 밀려드는 파도가 끝없이 해안가에서 부서진다. 옛날 유럽 여러 나라들이 앞다퉈 바다를 건너던 시절, 이 바람은 그들을 이 동쪽의 낙원으로 실어다 줬다. 시나몬 향기와 영원한 빛을 발하는 갖가지 보석, 야자수의 짙은 녹색으로 치장한 새하얀 모래사장. 이 섬은 유럽인들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풍요로운 세계였다. 섬은 전설이 됐고 사람들은 이 섬을 동경했다.

그리고 그 동경은 욕망으로 변해 탐욕이 바람에 실려 이 섬으로 밀려들었다. 이때부터 이 남서해안은 탐욕자들에게 ‘황금해안’이라고 불렸다. ‘풍요로운 부(富)를 가져다 준다’는 의미에서다. 항구가 생기고 성이 세워지면서 해안은 다른 나라를 향한 창구로서 크게 변모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곳 원주민에겐 계속 지켜온 생활이 있다. 지금도 이곳 황금해안의 여러 마을에는 식민지 시대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 있지만 실제 모습은 모두 다 순박한 어항이다. 무엇보다도 이곳에는 멋진 사람들의 웃는 얼굴이 있다. 이제 바람은 새로운 전설을 싣고 조용히 불어오면서 함께 놀아줄 친구를 찾고 있다.


식민지 시절 성곽 일품

남서해안의 매력은 수도인 ‘콜롬보’의 포트 지역에서부터 시작한다. 번잡한 시가지를 등지고 식민지 시절의 유산인 몇 문의 대포 옆에 앉아서 한눈에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일망무제(一望無際)의 바다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아, 이곳이 인도양이구나!”, “바다의 실크로드가 저 거침없는 파도를 타고 이곳으로 이어졌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어쩌다 말이라도 걸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곳에 앉아 있게 된다.


그러다 오후가 되면 근교 남쪽 해변에 있는 호텔 ‘라비니아’로 간다. 한 소설가는 이렇게 썼다. “오후에는 물론 마운트 라비니아로 가야 한다. 거기에서 우리들은 오찬을 즐기고 석양을 바라보며 이 호텔에 얽힌 전설의 여인을 생각하고…그리고 깨닫게 되는 것이다. 테라스에서는 장엄한 바다의 풍경이 내다보이는 예전에 총독의 별장으로 세워진 이 호텔이 얼마나 멋진가를.”

이처럼 아름다운 해변은 남쪽으로 한없이 이어진다. 그중에는 ‘밴토타’나 ‘히카두아’처럼 개발이 돼서 멋들어진 리조트 시설이 들어서 있는 곳도 있고, ‘갈레’라는 곳에는 바닷가에 제법 규모가 있는 식민지 시절의 성곽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기도 하다. 아직도 자연 그대로의 백사장을 끼고 한가로운 어촌으로 남아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저 멀리 수평선이 바라보이는 맑고 시원스러운 바다지만 찾아가던 때가 계절적으로 파도가 이는 시기라서 바다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곳을 가나 해맑은 웃음을 마주할 수 있고, 남국의 느긋한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최고 인기 리조트 지역 히카두아

해변을 따라 곳곳에 그림 같은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히카두아는 스리랑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리조트 지역이었다. 해양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모두 체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객 수용 능력이 엄청나다. 최고급 리조트에서 싸구려 게스트 하우스에 이르기까지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때는 인도의 ‘고아’ 지역처럼 누드 비치가 들어선 적도 있어서 구미(歐美) 젊은이 문화인 히피 문화가 성행한 적이 있었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다는 자유로움 그 자체가 이 지역으로 구미 젊은이를 불러들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좀 사정이 달라져 예전 같지는 않다. 10여 년 전 들이닥친 쓰나미로 인해 많은 피해를 봐 지금도 그 여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제 히피들은 사라졌지만 인도양에서 거침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벗삼아 느긋한 시간을 보내거나, 통나무배를 타고 바다 반대편의 밀림 속 수로를 누비고 다니면서 순박한 사람들과 정을 나누기에 히카두아는 부족함이 없다. 파도가 발밑까지 밀려드는 어느 찻집에서다. 차 한 잔을 마시고 일어나면서 계산하기 위해 종업원에게 돈을 건넸다. 종업원의 “잇스 투 티”라는 말에 나는 “노. 원 티(No. one tea)”라고 점잖게 말했다. 그러자 다시 종업원이 “노. 잇스 투 티”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차 두 잔을 마셨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 나는 약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검지를 펴 보이며 다시 한번 말했다. “노. 원 티(차 한 잔만 마셨단 말이야).” 이번에는 종업원이 답답하면서도 우습다는 듯이 “노. 노. 잇스 투 티. 잉글리시 생큐”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아하’ 하고 난 그때야 알아차리고 폭소를 터뜨렸다. 스리랑카 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말만 했으니….

생기 넘치는 어촌 풍경 도다앙 두어

새벽에 일어나 히카두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도다앙 두어’라는 조그마한 어촌을 찾았다. 버스를 타고 남쪽에서 올라오면서 눈여겨봐둔 곳이다. 싱그러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카트마란이라 부르는 수많은 어선이 밤새 고기잡이를 마치고 속속 포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잡아온 크고 작은 고기를 퍼 날라 땅바닥에 벌려 놓는다. 꽁치 비슷하게 생긴 것을 우를라라 했고, 돔처럼 생긴 것을 파라피시라 부른다. 고등어와 다랑어도 보인다. 여기저기 벌려 놓은 고기를 중심으로 사람이 몰려 금세 시장이 형성된다. 즉석 경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제법 큰 다랑어 한 마리가 우리 돈 1000원쯤에 거래되고 있다. 벌려 놓은 고기는 잠깐 새 다 팔려 나간다. 그러면 또 다른 어선이 들어와 고기를 퍼낸다. 이래저래 북새통이다. 사고파는 사람 모두가 흡족한 표정이고, 비록 사지는 않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는 구경꾼들의 표정이다. 이른 아침 생기가 넘치는 현장이다. 이제 어부들은 휴식을 취하고 나서 석양 녘이 되면 다시 카트마란을 타고 꿈을 낚으러 바다로 나갈 것이다.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에서 잠시 벗어나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찾을 만한 곳이 있다. ‘암발랑고다’라는 곳이다. 역시 서쪽 해안의 작은 어촌인 이곳은 ‘악마의 가면’으로 유명하다. 대표적 토산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가면은 악마보다 더 무서운 모습으로 만들어 악마가 놀라 도망치게 한다는 것인데, 이곳의 악마 또한 사람들처럼 순진한 것일까. 마을 도처에 있는 공방을 기웃거려보면서 이들의 순박함을 실감한다.

자연미 넘치는 항구 함반토타

남쪽에는 ‘아한가마’ ‘탕갈라’ ‘함반토타’ 등의 여러 해변이 손짓하고 있다. 소금 산지로 알려진 함반토타는 ‘이슬람의 항구’라는 뜻으로 14세기께 아랍 상인이 해양 실크로드를 타고 이 지역으로 들어오면서 문을 연 자연미가 넘치는 항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아한가마에서 볼 수 있는 스틸트 피싱이다. 해변을 따라가다 보면 군데군데 바다 위에 무리지어 세워진 나무 말뚝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중간에 발판이 달려 있는데 이곳에 올라서서 한 손은 나무 기둥을 잡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낚시질을 한다. 물 위에 떠서 독특한 자세로 낚시질하는 모습이 특이해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 같고,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 관광객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렇다 보니 너도나도 체험해 보겠다고 달려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둥 야단법석을 떠는 와중에 이따금 원주민과 관광객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낚시에는 마음이 없고 달려드는 관광객을 위해 잠깐 자세를 취하고서는 터무니없는 모델료를 요구하는 데서 작은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모두 웃음으로 넘기곤 한다.

인도양의 무역풍을 마주하며 때묻지 않은 작은 어촌의 백사장을 거닐어 보거나, 야자수 우거진 탕갈라 해변에서 대자연과 사랑을 속삭이다 보니 원시의 꿈은 더욱 깊어만 간다.

여행정보

전자비자 받아야 입국 허가
대한항공 등 직항편 운항

대한항공 직항편이 있고, 최근에는 에어아시아를 비롯한 저가 항공도 운항한다. 스리랑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은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전자비자를 받아야 한다. 콜롬보 공항에 도착해서 비자를 취득해도 된다.

작은 나라여서 이동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리조트 호텔들은 수준급이고 다른 곳에 비해 가격 부담도 없다. 한 곳에 숙소를 정해 놓고 그때그때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즐기기에 적합하다.

콜롬보=글·사진 박하선 여행작가

hotsunny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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