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정치부 기자) “대구·경북의 문제를 당 차원에서 책임지고 추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3일 대구시청에서 당 주최로 열린 안전 및 생활점검회의에서 “대구·경북발전협의회를 명실공히 당 차원에서 제대로 이끌어보려고 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구·경북 발전을 책임지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발전협의회 위원장도 맡았습니다.
홍 대표는 12일 부산에서도 안전 및 생활점검회의를 열고 김해 신공항 유치 등 지역 맞춤형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은 흔히 ‘보수 텃밭’으로 불리지만 예전에 비하면 한국당 지지세가 많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과 경남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정치권에선 보고 있습니다.
홍 대표가 설 연휴를 앞두고 부산과 대구를 연이어 방문한 것은 이렇듯 흔들리는 PK와 TK 민심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내에선 홍 대표가 영남권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소위 ‘집토끼’라고 하는 기존 보수층의 지지만으로는 선거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자칫 한국당이 영남 지역당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젊은 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내에선 20~30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홍 대표는 50대 이상 유권자에 집중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20~30대 유권자들을 여당에 내주더라도 50대 이상만 확실히 잡으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겠죠.
홍 대표의 ‘집토끼 잡기’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홍 대표는 대구에서 “TK가 한국당의 본산”이라며 “TK에서 불이 붙어야 충청으로 가고 경기로 가고 서울로 간다. 한나라당 이래로 우리는 동남풍이 불면 선거에서 이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대선에서 동남풍은 홍 대표의 기대만큼 강하지 않았습니다. 홍 대표는 대구 경북 경남에선 문재인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를 얻었지만 서울에선 20.8% 밖에 얻지 못했고 광주 전남 전북에선 한자릿수 득표율에 그쳤습니다. 50대 이상 유권자도 과거에 비해 보수 일변도는 아닙니다.
홍 대표는 좌파 정권에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늘 강조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국민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요. (끝) /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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