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애미들의 성지' 여의도 에스트레뉴빌딩, 요즘 빈방 없다고?

입력 2018-02-14 15:53
수정 2018-02-15 06:25
작년부터 주식시장 호황
비공식 투자회사 '부티크'↑
한 사무실서 굴리는 돈, 많게는 1000억원대 달해
빌딩 전체론 수천억원대

지상 36층 118실로 구성… 117실이 사무실로 사용
임대료 고층 월 350만원… 작년초보다 50만원 뛰어
입주시 서류·면접 심사도


[ 김우섭 기자 ]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3번 출구 인근 오피스텔인 에스트레뉴빌딩. 지상 36층, 118실로 이뤄진 이 빌딩엔 요즘 빈방이 없다. 공급물량 증가로 여의도 권역의 평균 공실률이 17.6%(작년 4분기 기준)까지 치솟았지만 이 빌딩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지난해 시작된 주식시장 호황에 전업투자자로 전향한 ‘매미’(펀드매니저 출신 개미투자자)와 ‘애미’(애널리스트 출신 개미투자자)들이 늘면서 임대 수요가 급증해서다. 이들은 몇 명씩 모여 ‘부티크’로 불리는 소규모 비공식 투자회사를 운영한다. 증권업계에서는 부티크가 가장 많이 몰린 에스트레뉴빌딩의 공실률을 증시 호황과 불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여기기도 한다.

증시 호황·불황 가늠하는 ‘바로미터’

부티크는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돈을 가진 사람들이 한 사무실에 모여 투자하는 곳을 말한다. 전주(錢主)를 대신해 투자한 뒤 보수를 받거나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주식 및 파생상품 거래는 기본이고 인수합병(M&A) 중개나 투자자문까지 업무 범위도 넓다.

대표적인 ‘부티크 집합소’인 에스트레뉴빌딩엔 매미와 애미들이 적게는 5~6명, 많게는 12명 정도가 어울려 하나의 사무실을 쓰고 있다. 이들은 3~4명씩 짝을 지어 상장사를 탐방하거나 회의를 통해 투자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한 사무실에서 굴리는 자금 규모는 수십억~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출신인 전업투자자 김모씨(37)는 “에스트레뉴빌딩에 사무실을 둔 투자자들이 운용하는 자금 규모만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트레뉴의 전용면적 107.17㎡ 사무실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350만원(20층 이상 고층)이다. 관리비를 포함하면 월 450만원이 들지만 임차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여의도 스타부동산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사무실 60여 실을 소유한 사업자가 부도가 나면서 이 물량이 임대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졌지만 1~2개월 만에 동이 났다”며 “가끔씩 나오는 매물도 며칠 만에 계약된다”고 했다.

이 부동산에 따르면 에스트레뉴빌딩 임대료는 매물이 많았던 작년 초보다 월 20만~50만원 정도 올랐다. 인근 여의도백화점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사무실은 보증금 3000만원, 월세 200만원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싸다. 이곳에는 운용자금이 적거나 경력이 짧고 젊은 사람들이 모여 사무실을 차리는 사례가 많다는 게 인근 부동산업체의 설명이다.

입주 심사는 까다롭게

에스트레뉴빌딩은 주거용으로 쓰이는 한 곳을 제외한 117실이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여의도 비즈니스센터 관계자는 “부티크 용도의 사무실이 에스트레뉴빌딩 임대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2009년 사무실 입주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말했다. 이전엔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 출신들이 주로 부티크를 차렸는데 최근엔 전환사채(CB)나 파생상품, 지점영업을 하던 증권맨들도 뛰어드는 등 출신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개인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바이오·헬스케어 등 코스닥 중소형주가 강세인 점도 부티크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같은 회사 및 경쟁사의 동료나 선후배로 일하던 사람들이 전업투자자로 전환해 작년에만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얘기를 꽤 듣고 있다”며 “요즘 젊은 펀드매니저들은 투자금과 전주만 모이면 몇 명씩 짝을 맞춰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사무실 입주 수요가 급증하다 보니 일부 빌딩에선 서류나 면접심사를 통해 입주자를 ‘선발’하기도 한다. 한 빌딩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경험이 부족하거나 자금 동원력이 약하면 증시의 작은 충격에도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고 임차료를 못 낼 수도 있다”며 “입주를 대기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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