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 <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brkim@karts.ac.kr >
“왜 이리 추운 거야?” 올겨울 가장 많이 하고 듣는 말이다. ‘서베리아(서울 시베리아)’는 모스크바보다 더 춥고, 남국 제주는 폭설과 한파로 온 섬이 마비됐다. 기상 전문가들은 북극을 감싸는 제트 기류의 흐름이 약화돼 북극의 차가운 대기가 한반도까지 흘러 내려와 극한 추위가 왔다고 설명한다. 지구의 긴 역사를 보면 여러 차례 빙하기가 있었다. 빙하기와 빙하기 사이의 따뜻한 기간을 간빙기라 하는데, 현재의 생물이 출현하고 인류 문명이 발전한 시기는 제4 간빙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의 지구는 신기하게도 그 표면 온도와 대기가 생물 생존에 알맞도록 평형 상태를 유지해오고 있다. 최근의 이상기후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그 평형 상태가 깨진 결과다.
1970년대에 지구대기학자인 제임스 러브록은 ‘가이아 이론’을 발표했다. 이 이론은 한마디로 지구는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라는 가설이다. 수십만 년 동안 지구는 마치 상온동물과 같이, 스스로 자신의 환경을 평형 상태로 조절해왔다. 예를 들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0.03% 정도로 꾸준히 유지했고, 평균 표면 온도의 변화를 2도 미만에서 조절했다. 이런 현상은 지구 생명체의 자체 정화력과 유지 복원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홍대용은 그의 저서 《의산문답》에서 이렇게 설파했다. “지구는 활물(살아있는 생물)이다. 흙은 지구의 살이고, 물은 피며, 비와 이슬은 눈물과 땀이다. 풀과 나무는 지구의 모발이고, 짐승과 사람은 이나 벼룩이다.” 놀랍게도 가이아 이론과 비슷한 인식체계를 보여줬다.
가이아 이론이나 지구활물설의 관점에서 보면 거대 도시의 발달은 곧 피부병을 유발한 것이며, 대기 공해와 오염은 기관지염을 옮긴 것이다. 지구는 피부병을 치료하려 지진을 일으키고 화산을 폭발시키며, 기관지염을 치유하려 폭염과 혹한을 일으킨다. 물론 지구활물설은 철학적 인식에 불과하고, 가이아 이론은 여러 면에서 과학적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일으킨 환경 재앙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인식체계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의 극한 추위가 평창동계올림픽을 방해할까 노심초사했다. 다행히도 개막식 날 하루만은 날씨가 풀려 멋진 개막식을 치를 수 있었다. 바로 다음날부터 강풍과 혹한이 시작되니 종교인들은 신의 섭리라고 믿을 만한 일이다. 정말 지구는 살아있는, 그것도 선량한 생명체가 아닐까? 모체인 지구의 건강 회복을 위해 기생충에 불과한 인간들의 이기적 욕망을 절제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