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북 그늘에 가려진 미국 창업

입력 2018-02-12 19:57
1년 미만 신생 벤처 10년 새 26% 급감… 40년만에 최저


[ 김동욱 기자 ]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초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압도적인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자금과 인력을 흡수한 탓에 미국 창업률이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미 상무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 미국에서 창업 1년 미만의 젊은 기업 수는 41만4000개로 2006년 대비 26% 감소했다. 창업 1년 이내 신생기업이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창업률은 8.1%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7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창업률은 통상 10%를 넘었다.

미국에서 신생기업 등장이 둔화된 원인으로는 IT 거대 기업들이 자금과 인력을 ‘블랙홀’처럼 흡수해 신생기업이 뿌리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 5대 기업인 애플,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이 압도적인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데이터와 자금, 인력 자원을 독점하면서 신생기업이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확보하고 있어도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는 설명이다.

미국 메릴랜드대 등의 연구에서 2000년 이후 신생기업 침체가 하이테크산업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다라 코스로우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신생기업에 비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잠재력이 있는 IT 신생기업들이 ‘IT 빅5’에 잇따라 인수되면서 젊은 기업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애플 등 ‘IT 빅5’는 2000년 이후 60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했다. 인수 총액은 20조엔(약 199조4380억원)이 넘었다. 2011~2016년 인공지능(AI) 분야 기업을 가장 많이 인수한 업체는 구글이었고 애플이 3위를 차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IT 분야에서 일부 기업으로 집중현상이 가속화하면서 혁신의 원천이 위축되고 산업의 신진대사가 쇠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