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하루 앞두고… '정강' 놓고 다툰 바른미래당

입력 2018-02-12 19:38
수정 2018-02-13 09:46
국민·바른정당, 13일 공식 합당

'진보' '보수' 표현 대신 탈이념·탈지역·탈계층 삽입
햇볕정책 문구도 빼기로

안철수 "공통분모만 모으자"
갈등 임시 봉합… 합당 예정대로


[ 박종필/김소현 기자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바른미래당’으로 합당을 하루 앞둔 12일 창당 이념인 ‘정강’을 두고 막판 진통을 겪었다. 정강에서 ‘진보’ 이념을 넣어야 한다는 국민의당과 ‘보수’ 가치를 고수하는 바른정당이 대립하면서다. 결국 양측은 진보, 중도, 보수 등의 이념 표현은 빼고 ‘탈이념, 탈지역, 탈계층, 탈과거’를 정강에 넣기로 확정했다. 핵심 쟁점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고 임시 봉합한 것이어서 합당 후에도 ‘창당 정신’을 둘러싼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 진보 표현 빼고 정강 채택

양당은 이날 각 당 이름으로 열린 마지막 오전회의에서 정강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양측의 충돌 지점은 ‘진보’라는 단어의 삽입 여부였다. 바른정당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결합’을 신당의 가치로 내세우자고 한 반면 국민의당은 폭넓은 지지층 확보를 위해 중도 대신 ‘진보’라는 단어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지상욱 바른정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국민의당이 (양당 대표가 한) 합의를 따르지 않고 정강정책에 중도 대신 진보로 수정하자고 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결렬될지도 모른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진보의 가치와 ‘대북 포용정책’이라는 단어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맞섰다.

양측은 늦은 오후 재협상을 하고 신당의 정강에 정치 이념 표현을 배제하기로 했다. 통합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진보, 중도, 보수라는 표현은 빼고 탈이념, 탈지역, 탈계층, 탈과거를 통해 미래 정당으로 간다는 정신을 정강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북정책 노선도 통합신당의 대표적인 균열선으로 꼽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햇볕정책’을 바른미래당의 새 정강에 담고 싶어 하지만 바른정당은 안보에서만큼은 강한 대북 압박을 주장하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양당은 논의 결과 햇볕정책이라는 단어도 정강에서 빼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대북정책에서 햇볕정책이라는 단어를 꼭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햇볕정책 계승’ 문구 없이도 국민의당 출신 세력들이 당내에서 대북 포용 노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합당 후 노선 투쟁 가능성도

일단 통합을 기정사실화한 만큼 이 같은 문제들이 합당을 결정적으로 가로막을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당 대표도 갈등을 서둘러 진화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양당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강에서) 보수와 진보 표현을 모두 빼는 방향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서로 합의가 되는 공통분모들만 모아서 발표하면 될 일”이라며 “공통점을 찾기가 어렵지는 않다”고 거들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끝장토론 등 치열한 내부 논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임시 봉합 식으로 문제를 덮어둔 것이어서 합당 후 노선 투쟁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양당은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공식 출범대회를 열고 바른미래당을 이끌 지도부를 선출한다. 유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 소속인 박주선 국회 부의장이 공동대표를 맡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국회 의석수 30석으로 더불어민주당(121석)과 자유한국당(117석)에 이은 ‘제3 정당’으로 교섭단체다. 민주평화당은 현재 14석이다.

박종필/김소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