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또 비전문가 낙점되나

입력 2018-02-09 19:47
조세불복 사건 다루는
전문성 필요한 자리인데
총리실 '내 식구' 챙기기

임도원 경제부 기자


[ 임도원 기자 ] 국무조정실 산하 조세심판원이 상임심판관 인사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하마평에 오른 인사의 세무 분야 전문성 문제가 또 도마에 올랐다.

신봉일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은 올해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사회 적응 준비 차원에서 최근 본부 대기발령을 받았다. 6개 상임심판관 자리에 공석이 생기면서 국무조정실은 후속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A국장을 진작에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가에서는 국무조정실이 A국장을 차기 조세심판원장으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세심판원은 연 1만 건에 가까운 조세불복 사건을 다루는 준(準)사법기관이다. 이곳에서 상임심판관은 납세자의 구제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심판관회의 주심을 맡아 다른 세 명의 부심과 다수결로 구제 여부를 결정한다. 그만큼 조세 분야 전문성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신 상임심판관은 기획재정부 세제실과 일선 세무서, 조세심판원을 두루 거친 정통 세무 관료다.

반면 A국장은 조세 분야 전문가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무조정실과 관세청 간 인사교류를 통해 관세청 감사관으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여 재직한 것이 세무 경력의 전부다. 국세기본법은 조세 업무에서 4급 이상으로 3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에게 조세심판관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A국장은 형식적으로는 이 요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관세청 감사관은 소속기관과 산하단체에 대한 감사, 청렴·공직윤리 업무 등을 주로 한다.

국무조정실 사회복지정책관으로 있던 심화석 조세심판원장이 2014년 상임심판관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논란이 불거졌다. 심 원장 역시 관세청 감사관 3년 근무가 조세 분야 경력의 전부였다. 일각에선 조세심판원이 2008년 총리실 산하로 넘어간 이후 국무조정실이 ‘자기 사람 챙기기’에 나선 결과란 얘기도 나온다.

최원석 한국납세자연합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은 “납세자의 재산권 보호 업무를 맡는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은 조세 행정 분야에서 가장 전문성이 높아야 한다”며 “정부가 조직 내 자리 배분을 우선시해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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