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배우 김명민이 한 말
[ 박슬기 기자 ]
배우 김지원은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에서는 군의관 역을 맡아 걸크러시 매력을 뽐내더니 지난해 ‘쌈, 마이웨이’에서는 “애라는~”이라며 혀짧은 소리로 애교를 부렸다.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3)에서는 기억을 잃은 미스터리한 여인으로 변신해 한층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2014년 ‘좋은 날’ 이후 약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김지원을 만났다. 오랜만의 영화 출연이어서 그런지 그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스크린으로 보는 제 모습이 낯설었어요. 큰 화면에 제 얼굴이 나오니 어색하더라고요. 하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영화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지난해 ‘쌈, 마이웨이’ 종영과 동시에 촬영을 시작했다. 김석윤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부터 김지원을 염두에 둬 드라마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드라마에 이어 곧바로 영화를 하다 보니 ‘뭐 하나 쉬운 게 없구나’ 싶었습니다. 어떤 작품을 하든 ‘좀 더 많은 준비를 하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준비 기간이 짧아 집에서 시나리오 공부를 바짝 했어요.”
사극은 처음이라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고 한다. 그는 “혼자 연습하면서 이불을 허리에 두르고 걸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한복을 입으면 이런 느낌일까’ 상상하기 위해서였다.
준비 기간은 짧았지만 김지원은 물오른 연기력을 마음껏 뽐냈다. 함께 출연한 배우 김명민은 “‘조선명탐정3’는 김지원의, 김지원에 의한, 김지원을 위한 영화”라며 “리딩 때부터 깜짝 놀랐다”고 극찬했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김명민 오달수 선배가 정말 많이 챙겨주셨거든요.” 촬영을 앞두고 열린 회식 자리를 예로 들었다. 선배들이 자신을 데리고 다니며 촬영팀 조명팀 CG팀 등 많은 스태프에게 ‘잘 부탁한다’고 일일이 인사를 시켜줬다고 한다. 그는 “현장에서도 항상 나를 선배들 가운데 앉혔다”며 “이렇게 좋은 선배들과 함께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았다”고 했다.
김지원이 극 중 맡은 월영 역은 기억을 잃은 괴력의 여인이다. 김명민 오달수와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기억을 되찾고 나서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감정 진폭이 큰 인물이다. 김지원은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의 감정 연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드라마는 하루에 많은 장면을 찍기 때문에 캐릭터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대신 체력적으로는 좀 힘들죠. 영화는 하루에 두세 장면만 찍으니까 캐릭터의 감정선을 몇 달 동안 유지해야 하더라고요. 그 부분이 쉽지 않았습니다.”
월영의 모습에는 전작인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최애라를 연상케 하는 부분도 있다. 털털하면서도 엉뚱하고 매력적인 모습들인데, 이는 김 감독이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감독님이 드라마를 재밌게 보셨는지 그런 부분이 반영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가져올 만한 것들을 가져왔습니다. 영화에서 최애라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김지원은 인터뷰 내내 한 마디, 한 마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데뷔 9년차인데 너무 어려워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여전히 어려워요. 제가 좀 다큐과죠?”라며 웃었다. ‘다큐과’란 다큐멘터리처럼 재미없는 사람이란 뜻이다.
“실제 성격도 그리 재미있지 않아요. 평소에 ‘다. 나. 까’ 말투를 잘 쓰는 편인데 많은 분이 ‘태양의 후예’ 때문에 아직도 쓰는 줄 알고 계시더라고요. 사실은 그전부터 잘 쓰던 말투였는데 고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슬기 한경텐아시아 기자 ps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