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러시아 문호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의 삶은 그의 소설처럼 파란만장했다. 어릴 때부터 가난했고, 사형 집행 몇 분 전에 극적으로 살아났으며, 혹독한 시베리아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평생 뇌전증으로 고통받았다.
그런 절망 속에서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도 영혼의 아름다움과 구원을 꿈꿨다. 마지막 작품이자 미완성작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도 그랬다. 이 소설의 모티브는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그는 옴스크의 감옥에서 유산을 노린 ‘친부 살인범’을 알게 됐다. 그러나 훗날 범인은 그 남자의 약혼녀를 사랑한 동생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 메모를 30년 가까이 보관해온 그는 죽기 1년 전 소설로 옮겼다. 작품에 나오는 탐욕적인 아버지와 친부 살해범으로 체포되는 맏아들 얘기가 서로 닮았다.
그가 서문에서 앞으로 20년 동안 뒷부분을 쓸 것이라고 밝힌 이 소설은 ‘미완이어서 더욱 빛나는 작품’으로 극찬받고 있다. 이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온 인류를 사랑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내 곁의 이웃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그의 말을 되새기게 하는 공연들이다.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1867~1916)도 주목받고 있다. 그의 미완성 유고작 《명암(明暗)》이 100여 년 만에 새로 번역됐다. 그도 도스토예프스키처럼 가난과 병으로 고통받았다. 일본 문부성의 국비 유학생 1호로 영국에서 공부한 그는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신경쇠약과 위궤양으로 고생하다가 《명암》 연재 중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부부다. 이들은 서로의 말이나 행동을 못마땅해하면서도 쉼없이 이해와 애정을 바란다. 주변 이웃과 친척들과도 잘 지내려 하지만 늘 소통불능에 빠진다. 가족과 동료, 상사와 부하, 친구 사이에 겪는 현대인의 불통을 100년 전 인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소리가 난다”고 했던 나쓰메 소세키. 어제는 그의 151번째 생일이자, 도스토예프스키가 137년 전 타계한 날이다. 인간의 ‘명암’을 깊이있게 조명한 두 작가의 작품과 삶은 지금 여기 우리 모두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