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북한, 대화의 장 이끌어낼 것"… 펜스 "미국의 결의 흔들리지 않아"

입력 2018-02-08 22:25
문 대통령,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만찬… 북핵 해법 '온도차'

문 대통령 "빈틈없는 한·미 공조 중요"… 북·미 접촉 제의는 안해
펜스 "제재·압박 통한 비핵화… 강력한 결속 다지러 왔다"


[ 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8일 평창동계올림픽 축하를 위해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청와대에서 접견하고 만찬을 했다. 두 사람은 ‘철통 같은 한·미 동맹’을 강조했지만 북핵 해법을 놓고 온도차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과 한국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며 “미국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압박을 계속해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미국의 결의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북한 비핵화 강조했지만…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1시간15분 동안 대화를 나눈 뒤 1시간25분가량 만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의 ‘대화 구상’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가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 다각적인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했다. 남북 대화에 이어 북·미 대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에둘러 밝힌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에 공감을 표하는 대신 “제재와 압박 통해 비핵화로 나오게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펜스 부통령은 “여기에 온 것은 한·미 양국 국민 간 강력한, 절대 깨뜨릴 수 없는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한반도 비핵화며 우리의 공동 목표”라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에 앞서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만나 “미국이 북한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완전히 없앨 때까지 제재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당초 이날 만남에서는 문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에게 9일 한국을 방문하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등 북 대표단과의 만남을 제의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관련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을 접견한 자리에서 남북 대화 이후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펜스 부통령과의 만남에서는 북·미 대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한이 남북 대화에 나서는 모양새나 태도가 상당한 진지하다”고 펜스 부통령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양국 간 이견이 나타난 데 대해 “대화 분위기는 좋게 진행됐다. 상당히 화기애애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며 “미국도 충분히 정황을 파악하고 있고 직접적으로 말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노선 성공할까

문 대통령에게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접점을 찾을 묘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 과제가 됐다. 당장 10일 예정된 문 대통령의 북한 고위급 대표단 접견에서 ‘단순 인사’ 이상의 이야기가 오갈 가능성이 높다. 김여정이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을 통해 김정은에게 “만나서 대화하자”고 제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 이후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대북특사를 파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최종 목표인 북·미 간 대화가 실현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의미 있는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미국을 설득하고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전된 약속을 내놓지 않는 이상 미국의 인식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은 역사적으로 항상 미국과 한국 간의 관계를 삐걱거리게 만들려 애써왔다”(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등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