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숨은 부실 터지자… 연매출 1.2조 호반건설 "감당 못하겠다"

입력 2018-02-08 17:41
수정 2018-02-09 07:27
호반, 대우건설 인수 포기

우선협상자 선정 9일 만에 '인수 없던 일로'

호반의 신속한 발 빼기
"대우건설 미래위험 두려워… 아쉽지만 인수작업 중단"
"처음부터 능력 안돼" 지적도

당혹스런 대우건설
"해외사업 도급액 13조원 부실규모 우리도 예측 못해"

대우건설 몸값 더 떨어질 듯


[ 조수영 기자 ]
호반건설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불과 9일 만에 대우건설 인수 포기 선언을 한 것은 해외사업 부실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해외사업 부실은 호반건설뿐 아니라 대우건설 임직원도 예측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인력·자재 수급 여건, 정치환경 변화, 부실공사·공기 준수 여부 등에 따라 언제든 부실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해외사업 위험이 만천하에 공개됨에 따라 네 번째 주인을 찾는 대우건설 매각 작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해외 손실 드러나자 분위기 급변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본입찰에 단독 입찰한 이후 해외사업 부문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해외사업을 해본 적이 없는 호반이 주택사업에 비해 리스크가 큰 해외부문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앞으로 오일 달러가 올라갈 것이고, 특히 동남아 쪽에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해외사업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일 대우건설이 지난해 4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의 잠재부실을 공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연매출 1조2000억원 수준인 호반건설이 해외 현장 한 곳에서 3000억원이 넘는 부실이 발생하는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빠르게 힘을 얻었다. 결국 호반건설 측은 8일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호반건설 특유의 발빠른 의사결정이 단적으로 드러난 순간이다.

모로코 프로젝트는 도급액 1조9819억원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이다. 1호기 시운전 진행 중 고압급수가열기 튜브에 손상이 발생해 장기주문자재 교체가 필요해지면서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는 것이 대우건설 측의 설명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외부전문가를 통한 원인 조사 및 검사를 진행 중”이라며 “발주처 및 제작사와 협상해 1호기 손실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회성 사고를 이유로 인수 결정을 철회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호반의 한계 드러나”

이에 앞서 대우건설은 2016년 4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대규모 빅배스를 단행하면서 해외 부실 상당 부분을 털어냈다. 2016년 해외사업의 미청구공사대금 규모를 두고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여기서 끝날 줄 알았던 어닝 쇼크는 이번에 또다시 재발했다.

어떤 해외 사업장에서 또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지 대우건설 임원조차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진행 중인 해외사업은 약 20곳으로 도급액만 13조원을 웃돈다. 해외사업 자체가 리스크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사업은 중동·동남아 지역에 집중돼 있다. 정치·종교적 변수가 많고 유가·환율 등 경제적 변수에도 그대로 노출돼 있다.

국내 주택사업에 한정된 호반건설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택지를 매입해 아파트를 분양하는 방식은 땅 짚고 헤엄치기나 마찬가지”라며 “리스크가 큰 개발사업, 특히 변수가 많은 해외사업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것을 이번 결정이 잘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해외사업 부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호반 측에서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 정도의 리스크도 예상하지 못하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나섰던 것도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당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대우건설 임원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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