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구 "3월 중순까지 개헌안 마련"… 야당 "졸속 개헌"

입력 2018-02-07 18:24
수정 2018-02-08 05:18
정책기획위, 개헌 자문안 마련 로드맵 제시

"권력구조 개편 포함 여부는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
안철수 "한국당 반대 유도…대통령 개헌 의지 의심스럽다"


[ 유승호/박종필 기자 ] 대통령 직속 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가 다음달 중순까지 개헌안을 마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7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회와 협의할 대통령의 개헌안을 준비해달라”고 하자 대통령 개헌안의 기초가 될 자문안을 한 달여 안에 내놓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국민개헌자문특별위원회(가칭)를 오는 13일 출범시키고 2월 말~3월 초에 여론 수렴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스케줄도 공개했다. 야당은 대통령 주도 개헌 시도는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개헌 무산 때 책임을 야당에 돌리려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기본권·자치분권·권력구조 논의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문가 논의와 국민 토론회, 여론조사 등을 거쳐 3월 중순께 자문안이 마련되면 대통령에게 보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대통령은 그동안 개헌안 준비와 관련해 국회에 기회를 줬지만 현실적으로 국회 개헌안이 여의치 않다”며 “대통령이 개헌안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개헌특위는 헌법학자 정치학자 등 전문가 30여 명으로 구성하며 정책위 위원들이 일부 참여하고 청와대 인사는 배제된다. 특위 위원장은 정 위원장이 겸임한다. 국민기본권·자치분권·권력구조 개편을 다룰 3개 분과와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국민참여본부를 설치할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언급한 것과 관련, “참고는 하겠지만 구체적으로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위가 마련하는 안은 자문안이기 때문에 수용 여부는 대통령이 판단한다”며 “개헌안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뺄지 안 뺄지는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특위 활동 중에 국회가 개헌안을 내놓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며 “국회에서 합의되면 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野 “대통령 주도 개헌 반대”

정치권에선 여야 이견으로 국회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청와대가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개헌안 마련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건드리지 않은 채 지방선거용으로 독자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표 개헌안을 내놓아 한국당의 반대를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한국당과 협의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한데 대통령에게 개헌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국회 반대로 개헌이 무산됐다고 뒤집어씌우고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얄팍한 수”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먼저 개헌안을 던지면 국회 논의가 동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은 권력구조 문제를 놔두고 기본권 조항과 촛불혁명, ‘자유’라는 표현 삭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며 “하나하나가 엄청난 논쟁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한 달 시한으로 활동하는 국민개헌특위가 졸속 자문안을 내놓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 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해 개헌 논의도 주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