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식 '학종 규제'로 대입공정성 살아날까

입력 2018-02-07 15:01
수정 2018-02-07 15:18
[김봉구의 교육라운지]

조희연 교육감 "주요大 학종 비중 규제해야" 주장
학생부·수능 절대평가 전환시 '로또 대입' 될 수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6일 제안한 ‘주요 대학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선발비율 규제’는 이율배반적 주장이다.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학종 개선방안을 발표한 이유가 ‘대입공정성’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의 제안을 요약해보자. 주요 대학의 학종 선발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서울대가 대표적이다. 올해 신입생 10명 중 8명(79%)을 학종으로 뽑았다. 고려대도 학종 비중이 64%에 달했다.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란 비판을 받아온 만큼 학종 비중을 낮춰 내실을 기하고, 다른 입학전형을 고르게 운영해 위험을 분산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래서 들고 나온 것이 대학의 학종 선발비율 제한이다. 조 교육감은 ‘공적 규제’라 표현했다.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서울대 등 15개 주요 대학의 학종 비중 상한을 전체 선발규모의 3분의 1 내외로 설정하자”고 했다. 학종을 줄이는 대신 학생부교과전형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을 늘려 가급적 학종과 학생부교과, 수능 전형을 1:1:1 비율로 뽑자는 내용이다.

대입의 전체 흐름을 살피지 않은 ‘선정적 주장’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학종 비율 축소의 대안으로 내놓은 학생부교과와 수능 전형의 공정성이 담보되려면 첫째, 대입 당락의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야 하고 둘째, 수험생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내신과 수능의 절대평가화를 앞두고 있어서다. 교육부는 올해 고교학점제를 학교 현장에 도입한다. 고교학점제는 내신 절대평가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올 8월까지 개편 예정인 수능도 절대평가 전환이 핵심이다. 자격고사화 얘기까지 나온다. 절대평가 자체의 취지 및 의미와 별개로, 그렇게 되면 현행 상대평가의 선발기준인 내신·수능 성적은 상당 부분 무력화된다.

즉 학생부교과와 수능 전형 선발비율을 높이려 해도 평가기준이 마땅찮은 상황을 맞게 된다. 이 같은 전후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당장 학종이 문제니 다른 전형을 늘리자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재 교육 당국이 추진하는 방향대로 내신과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뀔 경우 ‘로또 대입’이 불가피해진다. 적어도 대입공정성 차원에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사실 기준이 명확하고 수험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측면만 놓고 보면 수능 성적순 선발이 가장 ‘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여러 입학전형을 고르게 운영하는 것만으로 공정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꾸자 4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서울대에 합격한 사례가 알려졌다. 전 영역 절대평가가 되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90점이 붙고 100점이 떨어진다면 수험생은 공정한 입시라고 납득할 수 있을까. 절대평가에선 90점이나 100점이나 똑같은 1등급이다.

학종의 폐해를 줄이고 대입공정성을 회복하자는 조 교육감의 뜻에 공감한다. 다만 주장이 현실성을 가지려면 이런 예상가능한 우려에 대한 세밀한 정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6월 교육감선거를 앞두고 내지른 정략적 주장”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탓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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