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훈 '붇옹산의 부동산 스터디' 카페 대표 인터뷰
“유튜브 열혈 시청자입니다. 너무 반갑습니다.”
부동산 투자업계에서 ‘붇옹산’을 모르면 간첩이다. 국내 최대 부동산 카페 ‘붇옹산의 부동산 스터디(붇카페)’를 운영하는 강영훈 대표(사진)의 닉네임이어서다. 유튜브 채널 ‘붇옹산TV’를 통해 매일 부동산 시장 이슈를 브리핑하는 까닭에 오프라인에서도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이 많다. 과거엔 스타 공인중개사였다면 요즘은 인기 유튜브 강사로 통한다.
정책부터 시황까지 폭넓게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춰 해설하지만 강 대표의 ‘전공’은 재개발이다. 붇카페는 초창기 재개발과 관련한 이야기 위주로 운영했다. 그래서 카페 주소도 재개발(jaegebal)이다. 그는 지난해 재개발 관련 투자서를 출간한 데 이어 최근엔 초보자를 위해 쉽게 풀어쓴 재개발 교재를 제작 중이다. 공인중개사로서의 지식과 실전 투자의 경험을 담았다. 강 대표를 만나 초보 투자자들의 재개발 시장 진입 전략에 대해 물어봤다.
▶재건축 시장이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재개발 시장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없나.
“이미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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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가 계속 강화되는데 재개발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없나.
“오히려 희망적으로 본다. 희소가치 때문이다. ‘지금이 투자를 할 때다, 말 때다’와는 별개의 문제다. 정부와 서울시의 기조는 재개발사업을 촉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위기를 겪고 2012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시행되면서부턴 기존 뉴타운·재개발 구역을 해제했다. 뉴타운으로 지정된 이유는 주거환경이 열악해서다. 그 지역들을 어떻게든 재생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도시재생뉴딜’이 나왔다고 본다. 오는 9일엔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다. 이번 정부에서 정비사업을 추구하는 방식은 도시재생뉴딜을 근간으로 한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인 셈이다.
일단 정부가 법을 활성화 했으니 앞으론 시장이 판단할 문제다. 민간 참여가 부진한다면 정책 변화가 있겠지만 그 판단을 내리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결국 적어도 몇 년 간은 신규 재개발구역이나 정비사업 추가 지정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르게 말하자면 지금 남아있는 재개발구역이 당분간 마지막 도심지 아파트가 될 수 있는 물량이라는 의미다.”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투자 포인트는.
“기회는 있다. 하지만 사례가 보여야 한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대개 연립주택 단위로 시행한다. 제한적이지만 단독주택을 끼워서 할 수도 있다. 진입로를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포함한다거나 하는 특수한 경우다. 가로주택은 분양개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한 채를 잘 사서 여러 채로 돌려받았다’ 같은 사례가 나오면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
가로주택 투자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던 이들은 요즘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평가한다. 정비사업이 끝난 집을 매입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종후 주택이 7층 이하 빽빽한 소형아파트 개념인 데다 대지지분도 어느 정도 있어 매매가격이 저렴하진 않다. 그렇다고 시세 상승 여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 돈 주고 이걸 왜 사?’라는 결론이 나온다. 원주민들에겐 가로주택이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투자의 관점에선 시장에서 잘나가는 역세권 대단지나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가 될 수 없는 2등주택인 셈이다. 시행 사례도 많지 않다. 2012년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도입된 이후 5년 동안 완공된 단지는 지난 연말 서울 천호동 동도연립이 유일했다.”
▶재개발 투자는 다른 어떤 투자 상품보다 어렵다. 투자할 만한 곳을 어떻게 솎아내야 하나.
“재개발은 아파트와 달리 계량화가 힘들기 때문에 개별성이 있다. 정보까지 닫혀 있어 더욱 어렵다.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곳을 찾는 게 맞다고 본다. 요즘 일반분양을 하거나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곳들은 대부분 2005년 3차뉴타운으로 지정됐던 곳들이다. 벌써 13년이나 됐다. 오래된 만큼 투자계획이 심플하게 정리된 경우가 많다. 감정평가금액이 얼마이고, 입주권이 될 만한 물건은 어느 정도에 살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답이 나와 있다. 관심있는 곳에 가서 주변 시세와 비교해봐야 한다.
초기단계 재개발을 아무 생각 없이 투자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 ‘10년 이상 기다리면 재개발구역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주택이 낡았다고 재개발구역으로 쉽게 지정되지 않는다. 토지 등 소유자 75%의 동의를 얻어 조합 설립까지 가는 길도 험난하다.”
▶서울에서 재개발 진행이 빠르고 유망한 지역이 있다면.
“주요 업무지구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일수록 유망하다. 직장인들은 최우선적으로 직주근접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 ‘버블세븐(서울 강남·서초·송파·목동·성남 분당·용인·안양 평촌)’ 지역의 공통점은 주거 인프라가 좋은 베드타운이라는 것이다. 이들을 대체한 곳이 도심지에 재개발로 공급된 단지들이다. 신길뉴타운의 경우 과거엔 분당과 비교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5구역(보라매SK뷰)과 12구역(신길센트럴자이), 9구역(힐스테이트클래시안)이 순서대로 분양하며 히트쳤다. 올해는 8구역(GS건설) 등이 남았다. 재개발로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중산층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에 들어온 것이다.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이 과거엔 강남·서초가 비싸 송파·분당으로 갔다. 지금은 3호선으로 연결된 옥수·금호동이나 왕십리를 주거지역으로 고려한다. 교통이 그렇게 연결되는 까닭이다. 여의도가 직장인 이들이 전엔 배후 주거지로 목동을 봤다. 이젠 대체지로 마포·동작을 본다. 마포가 오르니 서대문까지 움직인다.”
▶저평가된 재개발구역은 없나.
“서울 3차 뉴타운 가운데는 이문·휘경뉴타운이 비교적 덜 알려졌다. ‘선수’들만 움직이고 있는 곳이다. 투자 가치가 있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가격 갭이 있는 만큼 바람이 불 가능성은 있다. 마무리 단계에 든 곳들 가운데 장위뉴타운의 경우 2구역(꿈의숲코오롱하늘채)이 입주했고 1구역(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과 5구역(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가 내년 입주한다. 4구역(GS건설)과 6구역(삼성물산·포스코건설), 7구역(현대산업개발) 분양이 이어지면서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완성단계인 아현뉴타운의 경우 아현2구역(현대산업개발)과 염리3구역(GS건설)의 분양이 다가오면서 매물이 쏙 들어갔다. 완성 단계 재개발 지역에서 추격매수 하는 것보다 궤도에 오르고 있는 곳의 물량을 노리는 게 현명하다.”
▶투자할 때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나.
“우선 조합원 지위에 대한 부분이다. 8·2 대책 탓에 함정이 많이 생겼다. 매수해도 아파트를 받을 수 없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투자수익을 키우려고 여러 채에 투자한 이들 같은 경우 5년 내 재당첨금지 규정에 걸려 현금청산 당할 수 있어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또 재개발은 ‘슬로 스타트’다. 분양권과 재건축, 기축시장이 움직인 뒤 뒤늦게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강남 재건축 등 인기지역 아파트가 비싸지면 대체 투자처로 재개발을 찾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승세가 멈출 땐 같이 멈춘다. 인기지역 아파트가 조정을 받으면 매수대기 수요도 온통 그쪽으로 쏠린다.
최근엔 수도권 소액투자를 하려는 이들도 많이 보인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재당첨제한 규정이 생긴 데다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하지만 하락장이 오면 아예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위험하다. 지방시장은 서울처럼 토지공급이 한정적이지 않다. 주변 논밭을 수용해 택지를 만들면 되는 까닭에 기본적으로 정비사업의 메리트가 떨어진다. 서울을 생각하고 장밋빛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 재개발 투자는 통상 수익실현까지 몇년을 보나.
“기간보다 시장 환경이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사업 진척이 빠른 곳도 있어서다. 재개발 투자로 수익을 본 이들은 오래 들고 있었던 이들이 아니라 흐름을 잘 읽은 사람들이다. 10년 전부터 투자한 사람보다 3~4년 전 바닥에서 투자한 사람이 더 많이 벌지 않았겠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규제도 많고 돈을 빌리기도 어렵다. 자신이 샀던 물건을 되팔 사람이 나오리란 보장도 없다. 투자환경이 좋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무리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
강남 등지의 집값은 지난해 너무 올랐기 때문에 올해는 다소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름폭이 줄어드는 형태이지 하락반전은 아닐 것이다. 재료가 마땅하지 않다. 규제로 집값을 꺾기는 힘들 것이다.”
▶최근 가격급등이 이어지다 보니 ‘살까, 말까’ 망설이던 이들이 많다.
“비트코인처럼 심리가 밀어올리는 것 같다. 고가 아파트는 전세를 끼고 사는 거래가 많았다. 당장은 들어가 살 수는 없지만 가격이 너무 오르니 일단 지금이라도 잡아두려는 것이다. 카페 회원들의 경우를 보면 6~7억원에 전세를 끼고 강남권에 진입하려다 급등이 계속되니 자포자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격급등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못 쫓아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 시장도 소강상태에 들어갈 거라 본다.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는 4월 이후론 거래량이 더욱 줄어들 것이다. 다만 무주택자들이 대출을 활용해 5~6억원으로 매입할 수 있는 지역들은 거래가 꾸준할 것이다.
개인적으론 올해 전세시장이 궁금하다. 보통은 전세가격이 올라 매매가격의 갭을 메워주면서 집값이 다시 오르는 편인데, 강남은 입주물량이 많아 전셋값이 주저앉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송파는 ‘헬리오시티(9150가구)’ 입주로 물량 쇼크가 불가피하다. 반면 서초는 이주 물량이 많다.”
▶서초구 이주가 어느 구에 영향을 미칠까.
“개별 단지의 이주비용 등 금융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거 신반포1차(아크로리버파크)와 잠원대림(래미안신반포팰리스)의 사례를 보면 전셋값이 비싼 서초보단 동작, 성동 등의 신축아파트로 이주하는 이들이 많았다. 2012~2013년 입주한 ‘래미안옥수리버젠’이나 ‘흑석뉴타운센트레빌’ 등도 당시 전세로 인기가 많은 아파트였다.”
▶중장기 부동산시장 트렌드 변화는
“사회구조와 산업구조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이 일본의 도시구조를 쫓는 형태라면 일본 같은 콤팩트시티가 확산할 것이다. 앞서 업무지구와 가까운 재개발지역을 유망하다고 꼽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인구감소로 여성 노동력의 가치가 커졌다. 하지만 여성의 노동력은 육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집과 사무실은 더욱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산업적인 면에선 공유경제가 건축 양식을 바꿀지도 모른다. 예컨대 카셰어 서비스가 보편화된다면 어떨까. 10년 뒤엔 지하주차장 공간이 모두 세대별 창고로 바뀔 수도 있다. 세간의 화제인 블록체인 기술도 볼거리다.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부동산을 매매하는 시대도 필연적으로 올 것이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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