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의 잇단 가상화폐 해킹… 사이버 안보 '구멍' 걱정스럽다

입력 2018-02-06 17:50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를 해킹해 수백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탈취했다”고 그제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또 일본에서 발생한 580억엔(약 5806억원) 규모의 가상화폐거래소 해킹도 북한 소행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로 외화벌이가 난관에 봉착하자 가상화폐 탈취에 본격 나섰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이렇게 모은 가상화폐를 제3세계 거래소에서 달러 등으로 환전한 뒤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북한은 한국 가상화폐거래소 해킹 과정에서 유명 업체의 백신까지 무력화했다. 북한의 해킹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북한은 외화벌이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다. 우리 군이 북한과의 전면전에 대비해 만든 ‘작전계획 5015’와 유사시 북한 지도부 제거 작전 등 1급 기밀까지 해킹했다. 남북한 간 전쟁이 발생할 경우 우리 군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이 고스란히 북한 손에 넘어간 것이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북한의 해킹을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협으로 평가했고, 뉴욕타임스는 “북한 해킹 공격이 핵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사이버 테러를 통해 원자력 발전소와 교통·통신망 등 국가 기간시설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군의 대응력은 허약하기 짝이 없다. 1급 군사기밀을 해킹당하고도 무슨 내용을 도둑맞았는지도 몰랐다. ‘사이버 테러 방지법안’은 5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사이버 테러 ‘컨트롤타워’를 총리실과 국정원 중 어디에 둘 것이냐를 놓고 입씨름만 거듭하더니, 지금은 이 법안에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 북한은 수천 명의 최정예 요원을 내세워 해킹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래도 되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