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흐름 바뀌나
고금리 회사채에 뭉칫돈
펀드설정액 1주일새 700억↑
신용등급 낮은 비우량채권도
개인들 과감하게 베팅
미국 짙어진 안전자산 선호
대규모 국채매각 앞두고 오르던 10년물 이례적 하락
주식서 채권으로 갈아탄 영향
[ 하헌형/김진성/뉴욕=김현석 기자 ] 국내외 시중금리가 급격하게 상승(채권 가격 하락)하면서 비교적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고금리 채권 수요가 늘고 있다. 예상보다 가파른 금리 상승에 놀란 글로벌 주식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자 발 빠른 일부 시중 유동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은 분산투자 차원에서 ‘위험 자산’인 주식과 달리 고정된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채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늘어나는 회사채 펀드 설정액
6일 펀드 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국내 6개 회사채 펀드의 설정액은 3848억원으로 1주일 전인 지난달 30일(3154억원)보다 7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이들 펀드의 최근 1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0.03%로 전체 채권형 펀드 평균 수익률(-0.12%)을 웃돌았다. 박진영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들이 일정 기간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회사채에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사 창구를 통해 고금리 회사채를 매입하는 개인도 늘고 있다. DGB금융지주가 1500억원 규모의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벌인 수요예측(사전 청약)에는 304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DGB금융지주의 코코본드 발행을 주선한 KB증권 관계자는 “개인 대상 소매 판매(리테일) 물량을 확보하려는 증권사들이 약 2000억원의 주문을 넣었다”고 했다. 이 채권의 표면금리는 연 4.47%다. 앞서 지난달 22일 DGB금융지주 자회사 대구은행이 1000억원어치 코코본드를 발행하기 위해 한 수요예측에도 다수 증권사가 각각 수백억원의 ‘사자’ 주문을 냈다.
개인들의 회사채 투자 수요가 늘면서 비우량 회사채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신용등급이 ‘BBB+’(10개 투자 등급 중 상위 8위 등급)인 AJ네트웍스(모집액 100억원)와 한진(900억원)이 지난달 시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 들어온 매수 주문 중 대부분은 증권사 리테일 부서에서 넣은 것이었다. 두 회사채의 표면금리는 각각 연 4.265%, 연 4.121%다. BBB급 회사채는 2016년까지만 해도 개인들에게 외면받았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1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개인들의 채권 수익률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발행된 고금리 회사채는 은행 정기예금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듀레이션(잔존 만기)을 가급적 짧게 유지하면서 높은 이자를 얻을 수 있는 회사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미국 국채 가격 반등
지난주 0.1%포인트 넘게 급등하던 미 국채 금리는 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증시 급락 여파로 ‘안전 자산’ 수요가 늘면서 하락 반전했다. 전문가들은 미 재무부의 대규모 채권 입찰을 앞두고 국채 금리가 떨어진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337%포인트 내린 연 2.7078%에 마감했다. 지난 1~2일 상승분(0.1361%포인트)을 대부분 반납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전날보다 0.1131%포인트 떨어진 연 2.0322%에 장을 마쳤다.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연 2.88% 선을 넘어서며 지난주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1월 근로자 시간당 임금이 작년 1월보다 2.9%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하지만 오후 들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6% 넘게 급락하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 재무부는 6일부터 사흘간 총 660억달러(약 72조원) 규모의 국채를 입찰에 부친다. 첫째날에는 3년 만기 국채 260억달러어치, 둘째 날에는 10년 만기 국채 240억달러어치를 입찰한다. 마지막 날인 8일에는 30년 만기 국채 160억달러어치를 시장에 내놓는다.
통상 시중금리는 정부의 대규모 국채 입찰을 앞두고 상승한다. 전문가들은 일부 시중 자금이 위험 자산인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와 안전 자산인 채권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국채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6일 한국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전날보다 0.054%포인트 내린 연 2.749%에 마감했다.
하헌형/김진성 기자/뉴욕=김현석 특파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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