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결제시장 속속 진출…위협 커져
"금융 안정성 위협…G20 공조 필요"
[ 추가영 기자 ] 유럽 은행들이 정보기술(IT) 기업에도 은행업 수준의 금융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이 최근 ‘오픈뱅킹’ 제도를 도입하면서 IT 기업의 금융 서비스 시장 진출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지난달 오픈뱅킹 제도를 도입해 고객이 동의하면 은행이 IT 기업 등과 같은 제3자에게 계좌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오픈뱅킹 제도 도입을 계기로 유럽에선 IT 기업이 빅데이터 분석 능력과 막대한 자금을 무기로 기존 은행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은행인 ING의 랄프 하머스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의 오픈뱅킹 법안이 IT 기업에 금융시장의 문을 열어줬다”며 “IT 기업은 은행보다 훨씬 많은 돈을 시장에 투입할 여력이 있기 때문에 은행에는 상당한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스페인계 투자은행인 BBVA의 프란시스코 곤잘레스 회장은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가 기존 은행을 대체할 것”이라며 “금융 안정성에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적 차원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은행 자본 규제에 버금가는 규제를 IT 기업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금융당국은 이미 IT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텐센트가 최근 신용평가 시스템의 시범 서비스를 내놓은 지 하루 만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압박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중국 당국이 텐센트, 알리바바 등 IT 기업의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