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구선 수증기만 '모락'
[ 박종관/장창민 기자 ]
5일 경기 고양에 있는 현대모터스튜디오.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 넥쏘(사진)를 직접 몰고 평창까지 달리는 시승행사가 열렸다. 넥쏘는 한 번 충전으로 609㎞를 달릴 수 있다. 정부의 공식 인증까지 받았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 나온 수소차 가운데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외관을 본 첫인상은 ‘궁극(窮極)의 친환경차’답게 미래 지향적 느낌이었다. 시동을 걸고 차 밖을 나와 보니 차량 끝 배출구에선 매캐한 배기가스 대신 하얀 수증기만 나왔다.
운전석에 올라타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12.3인치 디스플레이였다. 두 개로 나눠진 화면 왼쪽에는 각종 주행정보가, 오른쪽에는 내비게이션이 표시됐다. 주행 가능 거리와 시속은 계기판 눈금 대신 화면에 숫자로 나타났다.
출발하기 전 자동 출·주차 버튼을 눌렀다. 운전대와 가속페달에서 손과 발을 떼고 있는데도 차량 스스로 움직여 주차장을 매끄럽게 빠져나왔다. 도로를 진입하기 위해 방향 지시등을 켰을 때는 차량 후측방 화면이 디스플레이 안에 떠올랐다. 사각지대가 없어 안전하고 매끄러운 차선 변경이 가능했다. 강원 평창까지 가는 길엔 기자 두 명이 번갈아 운전대를 잡았다. 본지 기자는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여주휴게소에 이르는 116㎞ 구간을 운전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꽉 밟아 봤다. 거침없이 시원하게 쭉 뻗어 나갔다. 속도가 시속 100㎞에 달해도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나던 소음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운전 도중 여주휴게소에 멈춰 수소충전소 체험도 해봤다. 수소 1㎏을 넣는 데 20초도 걸리지 않았다. 5분 이내 채울 수 있는 최대 수소량은 6.33㎏이다.
최종 목적지인 평창에 도착했을 때 평균 연비는 90㎞/㎏ 정도였다. 이 차의 복합연비는 수소 1㎏당 96.2㎞(17인치 타이어 기준)이다. 현대차는 다음달 넥쏘를 출시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포함하면 실구매가는 4000만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2022년까지 1만 대를 판다는 목표다.
넥쏘 시승을 마친 뒤엔 평창에서 자율주행 체험도 해봤다. 넥쏘를 기반으로 전·후방에 각각 3개의 라이더(레이저 센서) 등을 달아 자율주행 기능을 얹은 차를 타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자율주행 체험을 한 차와 같다. 대관령 119안전센터에서 출발해 7㎞가량 평창 읍내를 돌아오는 구간을 13분간 달렸다.
차에 오르자 상상은 곧 현실로 바뀌었다. 차가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를 인식해 속도를 조절했다. 좌·우 회전을 알아서 하며 교차로도 거뜬히 통과했다. 보행자나 다른 차량이 끼어들 때도 회피와 추월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이날 체험한 자율주행은 4단계 수준이었다. 운전자 개입 없이 차 스스로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평창=박종관/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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