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창민 기자 ]
정부는 2020년까지 ‘3단계’ 자율주행 자동차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국내 자율주행차 기술은 2단계로 유럽 등 선진국(3단계 자율주행차 상용화)보다 늦다. 2단계는 앞에 있는 차량이 속도를 늦출 경우 알아서 감속하거나 차선 이탈을 감지해 막아주는 정도다. 3단계는 고속도로 등 일정 구간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운전자는 주의가 상당히 필요한 수준이다.
자율주행차 수준 0~5단계로 분류
정부는 2022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제도·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작년 8월 경기 화성에 착공한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차 시험장 케이 시티(K-City)도 올해 완공한다. K-City의 고속도로 구간은 업체·연구소 등의 시험을 위해 작년 11월에 먼저 개방했다.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민간과 공유하는 ‘자율주행 데이터 센터’도 조성한다. 딥러닝(deep learning)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을 이용하면 자율주행 분야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자율주행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 도로’도 구축한다. 3년 동안 수도권 고속도로 85㎞, 서울 시내 버스전용차로·도시고속도로 133㎞, 제주 주요 관광도로 300㎞ 구간을 차량과 도로가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는 스마트 도로로 꾸며 시범 운영한다.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정밀 도로지도도 2020년까지 구축한다. 지난해 1351㎞ 구간의 정보를 구축한 데 이어 올해 주요 간선도로 등 1700㎞에 대한 정보를 추가한다.
운전자 없이 주행하는 자율차는 5단계
정부의 자율주행 로드맵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자율주행 기술 분류에 따른 것이다. 자율주행은 수준에 따라 0단계에서 5단계까지 총 6단계로 나뉜다. 0단계는 운전자가 차량을 직접 제어하는 단계다. 1단계는 특정 기능 자동화 단계다. 운전자가 차 속도나 방향을 통제하면서 특정 주행조건 아래 개별 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단계는 개별 자율주행 기술이 통합돼 기능하는 단계다. 예컨대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시스템 등을 결합해 고속도로 주행 시 차량과 차선을 인식해 앞 차와 간격을 유지하고 자동으로 조향한다. 2단계까지는 여전히 운전자가 차량 통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3단계부터는 자율주행 시스템에 보다 많이 의존한다. 최근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3단계는 부분 자율주행 단계로, 운전자 조작 없이도 일정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도심에서는 교차로나 신호등, 횡단보도 등을 인식해 자동으로 차량을 제어하고 고속도로에선 교통 흐름을 고려해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하고 끼어들 수 있다.
4단계에선 운전자가 정해진 조건에서 전혀 운전하지 않고, 시스템은 정해진 조건 내 모든 상황에서 차량 속도와 방향을 통제하는 등 적극적인 주행을 한다. 자동차업계는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가장 힘들다고 보고 있다. 최종 5단계는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단계다. 처음 시동을 켠 후 목적지에 도착해 주차를 완료하는 시점까지 사실상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사람이 타지 않아도 돼 무인차 단계로도 불린다.
자율차 개발 가로막는 규제 많아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운전대를 잡지 않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도 빠른 속도로 질주가 가능한 차다. 현대차는 2021년까지 4단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고 2030년까지 무인차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만 놓고 보면 정부 계획보다 빠르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업계에선 한국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규제 개혁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국내에서 3단계 이상 자율주행차는 불법이다. 도로교통법 48조에 ‘모든 차량 운전자가 조향장치(스티어링휠)와 제동장치(브레이크) 등을 정확하게 조작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자율주행 기술 적용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자율주행 모드가 해제되는 ‘반쪽 자율주행’에 그치고 있다.
◆NIE 포인트
우리나라의 자율주행차 기술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자.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국내 규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공부해보자
장창민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