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광 기자의 유통 심리학 (6)
[ 안재광 기자 ]
GS홈쇼핑은 지난해 걸그룹 레드벨벳의 ‘루키’란 노래를 방송 중 600번 넘게 틀었다. 이 노래만 나오면 주문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BPM(Beats per Minute) 130~160의 빠른 템포와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가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TV 홈쇼핑에서 음악의 역할은 ‘촉진’이다. 쇼호스트는 방송 중 “남은 상품이 몇 개 없다”며 구매 버튼을 누르라고 끊임없이 재촉한다. 이때 TV를 보는 시청자 뇌에선 편도체가 활성화된다. ‘못 사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공포가 밀려온다. 그래도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빠른 템포의 팝 댄스 음악 ‘루키’가 흘러나온다. 빠른 템포의 음악과 함께 맥박이 빨라진다. 템포가 빠른 음악은 교감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흥분 상태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고 ‘드디어 샀다’는 안도를 느낀다.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오프라인 점포에선 음악이 전혀 다르게 쓰인다. 소비자가 매장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게 주된 역할이다. 클래식이나 BPM 70 이하의 느린 재즈, 올드팝 등을 틀어 소비자의 발걸음을 늦춘다. 이는 실험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미국의 한 백화점에서 실험한 결과 느린 템포의 음악을 틀자 음악이 없을 때와 비교해 쇼핑 시간이 약 18% 길어졌다. 매출도 17% 늘었다. 특히 식품 매장에선 매출 증가율이 38%에 달했다. 백화점이나 마트를 돌아다닐 때 요즘 인기 있는 방탄소년단(BTS)이나 엑소 등 아이돌 그룹의 댄스곡을 듣기 힘든 이유다.
일본의 한 마트에선 음향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매장 전체를 몇 구역으로 나눠 다른 ‘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과일과 채소 코너에선 물방울이 떨어지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내보낸다. 스낵 코너에선 동요와 아이들 웃음소리를, 정육 코너에선 스테이크 굽는 소리를 튼다. 이런 소리가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는 게 이 회사의 판단이다.
미국 유통업체 스파키스는 매장에 소비자들이 지나갈 때마다 맞춤형 노래를 내보낸다. 16세 소녀가 패션 매장을 지나가면 비트가 빠른 전자음악이 나오는 식이다. 그동안의 구매 목록 등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이 소녀가 시골을 벗어나 도시로 나가는 꿈을 가졌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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