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도 북한 인권문제 공론화에 나서야

입력 2018-02-04 17: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성호 씨를 비롯한 탈북자 8명을 2일 백악관으로 초청해 북한 인권 현실에 대해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새해 국정연설에 ‘목발 탈북자’ 지씨를 깜짝 등장시켜 인권 가치를 부각시킨 지 사흘 만이다.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무슨 일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며 대북 압박의지를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이 ‘인권 카드’로 북한의 숨통을 더욱 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 인권보고서 등에 담긴 북한의 실상은 참혹하다. 자의적 구금과 공개 처형, 고문 등이 횡행하고 있다. 약 12만 명이 수감된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는 강제 낙태, 영아 살해, 강간 등 상상을 초월하는 인권범죄가 자행되고 있다.

북한 인권 참상에 국제사회 대응은 적극적이다. 미국은 2004년, 일본은 2006년 각각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유엔도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2005년부터 매년 채택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인권 문제는 인간 존엄에 관한 보편적 가치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목적으로 한 북한인권법은 발의된 지 11년이나 지난 2016년 3월 국회에서 처리됐지만, 그마저도 사문화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 법의 실행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이 출범조차 못 하고 있어서다. 법 통과 직후 여야가 이사 추천 몫을 놓고 다투다가 지금은 아예 관심 밖으로 밀려 있다. 통일부는 인도협력국을 부활시키면서 북한 인권 관련 국(局)은 없앴다.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한 적도 있다.

인류 보편 가치인 인권이 유린되는 북한 현실에 눈감는다면 두고두고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북한을 압박하는 확실한 명분인 인권 문제에 한국이 미온적이란 인식을 국제사회가 갖도록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야말로 우리 정부가 ‘운전대’를 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