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아름다움, 세계가 올림픽에서 느낄 것"

입력 2018-02-04 17:33
수정 2018-02-05 05:08
평창올림픽 '룩디자인' 총괄 류인철 디자인그룹메카 대표

한일월드컵·부산아시안게임 등 표지판·배너 등 도맡아 만들어
"경기장 눈꽃무늬 'ㅏ' 'ㅎ' 등 새겨… 환경과 어우러지는 디자인이어야"


[ 임근호 기자 ] “TV 중계를 통해 세계인이 보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하나하나가 모두 한국이란 나라의 인상을 결정하는 요소입니다. 경기장과 표지판, 배너, 스포츠 장비 등에 입혀진 색상과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죠.”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1주일 앞둔 지난 2일 서울 방이동 사무실에서 만난 류인철 디자인그룹메카 대표(사진)는 “올림픽을 위한 모든 시각적 요소에 개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아 디자인하는 것이 룩디자인(lookdesign)”이라며 “쉽게 얘기하면 경기장과 각종 시설물에 옷을 입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가 1989년 설립한 디자인 회사인 디자인그룹메카는 이번 올림픽에서 룩디자인을 전담하는 업체로 선정돼 작년 1월부터 작업을 해왔다.

류 대표는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이 룩디자인을 잘 활용한 사례”라며 “러시아가 굉장히 무서운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동계올림픽 때 경기장과 주변 환경을 화려하고 동화적인 색상과 디자인으로 꾸며 국가 이미지를 부드럽게 바꿔놓았다”고 했다. 2012년 영국 런던 하계올림픽도 마찬가지다. 그는 “영국이 구닥다리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잘 안 쓰는 색, 첨단 분위기의 색을 써서 이를 잘 홍보했다”고 설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소치 동계올림픽과의 차별화를 위해 지나치게 화려한 색상은 피했다. 대신 디자인그룹메카가 내세운 무기는 바로 ‘한글’. 자음과 모음이 만들어내는 조형적 아름다움으로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으면서도 한국의 문화 역량을 알리는 데에는 한글만 한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류 대표는 “한국인의 눈에는 ‘ㅎ’과 ‘ㅅ’, ‘ㅏ’ 등이 글자로 보이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아름다운 무늬로 읽힌다”고 했다.

이런 한글 자·모음 무늬가 경기장 벽면부터 깃발, 길거리 배너, 인천공항과 KTX 강릉역 등을 수놓고 있다. 한국에 못 오고 TV로 경기를 보는 사람들도 배경 색상과 디자인을 보고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가늠하게 된다고 한다. 그는 “경기장 벽면과 안내 표지판에 들어간 눈꽃 무늬도 자세히 보면 한글 자·모음으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1985년 서울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한 류 대표는 환경 디자인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손꼽힌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 측 룩디자인도 그의 작품이다. 그 외에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룩디자인, 서울 한강공원 통합 디자인, 서울 지하철 9호선 통합 디자인 등을 맡았다. 한강공원 통합 디자인은 구(區)마다 달랐던 공원 표지판, 글씨, 색상, 로고 등을 하나로 통일한 작업이었다. 앞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 지하에 조성되는 지하도시의 내부 환경 디자인도 그의 손을 거친다.

류 대표는 “환경 디자인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스포츠 경기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우리가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라며 “다리와 건물을 다 짓고 나서 무슨 색을 칠할까 고민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시설물이 주변 환경과 어떻게 어우러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디자인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로 올라서고 ‘관광 강국’이 되는 길도 여기에 달렸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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