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에 살아있는 암세포를 잡아 암 판정"…이달 코스닥 상장 신청하는 싸이토젠

입력 2018-02-04 17:08
수정 2018-02-05 11:19
임상연구단계...정확도 평균 85%
서울아산병원 등과 임상 진행 중
표적항암제 선별, 신약 개발 등에도 활용




'살을 절개한다. 바늘을 집어넣어 병변이 생겼을 것이라고 의심되는 부분의 조직을 떼어낸다. 채취한 조직을 분석해 최종 진단을 내린다.'

의료 현장에서 흔히 행해지는 조직검사 과정이다. 아무리 최소 침습 시술이 시행되더라도 고통이 동반되고 흉터가 남는다. '고통 없이 검사를 할 수는 없을까.' 액체생검은 이런 발상에서 나왔다. 혈액, 소변, 대변 등 체액에서 질병과 관련 있다고 여겨지는 성분을 분석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값비싼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를 찍거나 고통이 따르는 조직검사를 할 필요 없이 혈액검사만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다면 암 검진뿐만 아니라 치료의 패러다임도 바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 때문에 벤처기업부터 대형 제약사까지 많은 기업들이 액체생검을 통한 암 조기진단 기술 개발에 매달려 왔다.

올해 기술특례 상장에 나서는 액체생검 전문기업 싸이토젠도 그중 하나다. 전병희 싸이토젠 대표(60·사진)는 "아직 임상연구 단계에 있지만 환자의 혈액을 분석해 암 발생 여부를 판별하는 정확도가 평균 85%까지 나온다"고 했다.

CT나 MRI로는 암세포의 크기가 최소 5mm 이상이어야 식별할 수 있다. 하지만 싸이토젠이 개발 중인 기술은 1mm 크기의 암세포도 감지해낸다. 현재 전립샘암을 대상으로 조기 진단을 위한 액체생검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기 위해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싸이토젠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CTC(혈액종양세포)를 포집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암을 진단한다. 수백만에서 수십억개에 달하는 적혈구나 백혈구에 비해 CTC는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어 포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싸이토젠의 경쟁력은 CTC를 살아있는 상태로 수집하는 기술력이다. 전 대표는 "경쟁사들은 항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CTC를 모으지 못하지만 싸이토젠은 반도체 나노칩을 활용해 살아있는 CTC를 포집할 수 있다"고 했다.

금속 재질로 만든 칩에 백혈구, 적혈구 등 CTC보다 크기가 작은 성분들은 빠져나가도록 정교한 구멍을 뚫었다. 혈액을 여과하는 과정에서 CTC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바이오코팅도 했다. 그는 "살아있는 세포는 더 정확한 분석이 가능한 데다 배양을 통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대형 제약사들도 싸이토젠의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싸이토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포집한 살아있는 CTC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의 임상시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반진단을 통한 표적항암제 선별 등에도 활용된다. 일본의 3대 제약사 중 하나인 다이이찌산쿄는 2016년부터 싸이토젠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 대표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에서 4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진행하면서 싸이토젠의 기술력에 대한 근거는 탄탄히 쌓였다"고 말했다.



싸이토젠의 기술은 전이된 암을 찾아낼 때도 빛을 발한다. 전이암은 의료 현장에서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는 난제다. 조직검사 등 기존의 방법으로는 암세포를 발견해 제거하더라도 다른 부위에 전이되는 암은 찾아내기 어렵다. 전 대표는 "혈액 속에 있는 CTC를 모니터링하면 전이암에 대한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액체생검은 수술 이후 환자의 예후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싸이토젠의 기술력의 밑바탕에는 바이오와 기계공학의 융합이 있다. 전 대표는 현직 인덕대 기계설계공학과 교수다. 자동차공학 및 반도체 미세공정 전문가인 전 교수는 2007년 삼성전기 신사업 담당 고문을 맡으면서 바이오 산업을 처음 접했다. 그는 "당시는 바이오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던 시기였다"며 "여기에 공학적인 접근을 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 전 교수는 암세포를 포집하는 키트를 개발하자고 제안했지만 삼성전기는 세포 독성 실험 시약을 개발하는 안을 택했다. 그는 결국 삼성전기 고문을 그만두고 2010년 싸이토젠을 창업했다.

바이오와 기계공학이 만들어 낸 합작품은 또 있다. 싸이토젠은 CTC를 포집하고 염색한 뒤 분석 및 배양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도 개발했다. 전 대표는 "병리과 전문가가 3시간 걸려 하던 작업을 12분 안에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싸이토젠 전직원의 85%를 차지하는 연구개발(R&D) 인력 23명 중 바이오와 기계공학 엔지니어들은 각각 16명, 7명이다.

싸이토젠은 주관사로 선정한 키움증권과 함께 코스닥시장에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전 대표는 "이번달 코스닥 예비 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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