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생활 많은 겨울철에도 극성
환기 안돼 탁해진 실내공기
습기로 인한 곰팡이 유발
콧속 식염수 세척하거나
항히스타민제 복용 병행을
[ 임유 기자 ]
알레르기성 비염이 꽃가루가 날리는 봄에만 극성을 부리는 건 아니다. 날씨가 추워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겨울에도 알레르기성 비염을 신경 써야 한다. 환기를 하지 않아 내부 공기가 탁해지거나 바깥의 찬 공기와 맞닿는 벽 안쪽에 습기가 생겨 곰팡이가 증식하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남녀노소 흔하게 걸리는 만성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15~20%가 앓고 있다. 알레르겐(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항원)이 들숨에 실려 오면 히스타민이란 화학물질이 체내에서 방출돼 코안에 점액이 생성되고 코점막이 붓는다. 이 염증으로 인해 맑은 콧물이 나오고 콧속이 간지러우며 잦은 재채기를 하게 된다. 코감기와 혼동할 수 있다. 특정 계절에 증상이 심해지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해야 한다.
가벼운 질병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환자에게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장애물이다. 항상 코가 막혀 있어 숨쉬기가 불편하다. 머리가 맑지 못하고 답답한 느낌이 지속된다. 수면 장애, 기억력 저하, 집중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김성완 경희의료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소아·청소년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나타날 수 있고 성인은 업무능력이 떨어지거나 사고 당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방치하면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창 성장하는 소아는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면 안면골 발육 이상과 치아 부정교합 등으로 얼굴형이 변할 수 있다. 천식을 동반할 가능성도 높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의 20~30%가 천식을 앓고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가 천식에 걸릴 확률이 건강한 성인보다 약 3배 높다. 정승규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하지 않으면 천식이 악화될 수 있다”며 “두 질환을 동시에 치료하면 증상을 완화하고 천식 발작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축농증과 중이염 또한 알레르기성 비염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예방하려면 알레르겐을 차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집먼지진드기를 퇴치하는 데 집중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주영호 고려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집먼지진드기가 알레르기성 비염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침구나 카펫에 진드기가 서식하지 못하도록 세탁을 주기적으로 하고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해 온도를 떨어뜨리면 진드기 번식을 억제할 수 있다”고 했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물치료를 하는 정도다. 코안을 식염수 같은 액체로 세척하거나 콧속에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뿌리기도 한다. 부작용은 거의 없지만 효과가 빠르지 않다. 항히스타민제 복용을 병행하는 이유다. 김창훈 신촌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항히스타민제는 장기간 투약이 필요해 치료를 중도 포기하는 환자가 많았는데 최근 콧속에 분사하는 항히스타민제가 개발돼 치료가 편리해졌다”고 했다.
수술도 가능하다. 알레르겐을 흡입해도 코 점막이 붓거나 콧물이 많이 나지 않게 콧속에 있는 선반 모양의 구조물인 비갑개를 고주파나 레이저로 변형시키는 비갑개 성형술이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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