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 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빅터 차 낙마' 거센 후폭풍
트럼프 '북핵협상 옵션' 배제
선택지는 선제타격·계속 압박뿐
올림픽 끝난 뒤 군사충돌설
NYT "그래선 안된다" 반대 표명
[ 박수진 기자 ]
빅터 차 주한 미국 대사 내정자의 낙마(落馬) 후폭풍이 거세다. 그가 북한 핵·미사일 시설 정밀타격(일명 코피전략·bloody nose)에 반대하다 낙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백악관이 얼마나 심각하게 군사행동을 검토하고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 군사행동에 근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코피전략은 언론이 만든 허구”(백악관 관리)라는 잇단 부인에도 불구하고 군사 충돌 우려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차 내정자 낙마 사실이 핵항공모함 칼빈슨호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인근 전개, 미 특수부대 한반도 이동 등과 맞물리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는 3말(末) 4초(初)에 한반도 군사 충돌설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미국의 단독 군사행동이라는 신호를 보냈으나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공개 반대했다.
백악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지난해 초만 해도 군사옵션은 거의 논외로 취급됐으나 이제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국에 옵션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이 아니면 안 된다고 버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끌어낸 이란과의 핵동결 협정을 ‘재앙적’이라고 공격했다. 지난해 10월엔 그 협정을 불승인하며 탈퇴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지난 20여 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호언한 자신이 이란과 똑같은 형태의 협정을 북한과 맺을 수 없는 노릇이다. 백악관 주변에서는 핵 동결 협상은 정적들이 쳐놓은 덫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결국 남은 선택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장에 스스로 나오도록 끝까지 최고의 압박을 가하거나, 아니면 정밀타격으로 핵을 도려내는 수밖에 없다.
시간도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달 23일 “북한이 핵으로 미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시기가 수개월 내로 다가왔다”며 “1년 후에도 상황을 지금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그게 안 됐을 때 대통령에게 그의 의도를 충족시킬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을 포함해 수개월 내 핵무기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이를 막겠다는 경고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 간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유엔에서는 이 같은 선언에 반대하는 결의안이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미국이 ‘뻔한 굴욕’과 중동 혼란을 무릅쓰고 이스라엘 손을 들어준 이유 중 하나가 북한이라는 설명이다.
이스라엘은 1981년 F-16기 8대를 띄워 이라크가 건설 중이던 오시라크 원전을 초토화시켰다. ‘바벨론 작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 있을 때마다 북핵은 미국뿐 아니라 동맹국, 나아가 세계 문제라고 강조하는 게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전 정보기관 관계자는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북한이 추가 도발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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