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명인' 황병기씨 별세… 국악은 지루하다는 선입견 깬 거장

입력 2018-01-31 18:51
수정 2018-02-01 05:35
[ 양병훈 기자 ] “책도 선배도 없이 혼자 배워 만들었다는 그의 창작곡은 ‘국악이란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린다.”

한국경제신문이 2001년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의 창작 40주년 기념 공연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서 그의 음악에 대해 평가한 글이다. 도전과 창조로 가득 찬 음악 인생을 살아온 황 선생이 31일 영면에 들었다. 황 선생의 유족은 “지난해 12월 뇌졸중 치료를 받은 뒤 합병증으로 폐렴을 앓다가 이날 새벽 3시15분께 별세했다”고 밝혔다. 향년 82세.

193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창작 가야금 음악의 창시자이자 독보적 존재로서 현대 국악의 영역을 넓힌 거장으로 꼽힌다. 그는 6·25전쟁으로 부산으로 피란했던 경기중 시절 용두산 꼭대기에 있던 국립국악원에서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다. 대학은 서울대 법대로 진학했다. 당시에는 국악과가 없었던 데다 음악을 공부해서는 먹고살 방도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3학년이던 1957년 한국방송(KBS) 주최 전국 국악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가야금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서울대가 1959년 국악과를 개설한 뒤 이곳에 출강했다. 1962년 작곡을 시작해 이듬해 첫 창작곡 ‘숲’을 내놨다. 명동극장 지배인, 출판사 사장 등을 거친 뒤 1974년 이화여대 국악과 교수가 됐다. 이곳에서 2001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아르코(ARKO) 한국창작음악제’ 추진위원장,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2003년 은관문화훈장, 2004년 호암상, 2006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2008년 일맥문화대상, 2010년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상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인 소설가 한말숙 씨와 아들 준묵(한국고등과학원 교수)·원묵(텍사스대 A&M캠퍼스 교수) 씨, 딸 혜경(주부)·수경(동국대 강사), 사위 김용범(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며느리 송민선(LG전자 부장)·고희영(주부)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2일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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