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북핵 정밀타격' 이견… '대북 매파' 빅터 차 이례적 낙마

입력 2018-01-31 18:18
트럼프 첫 국정연설

아그레망 후 내정 전격 철회
주한 미국 대사 초강경 인사 될듯
'대화·제재 병행' 한국에 큰 부담


[ 박수진 기자 ] 주한 미국 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센터(CSIS) 한국석좌(사진)가 최근 낙마(落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핵 대응을 둘러싼 백악관과의 이견이 주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년간 이어온 주한 미 대사 공석 사태는 더 장기화될 조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 “백악관이 당초 주한 미 대사로 선택한 차 석좌가 지난해 12월 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개인적인 이견을 밝힌 뒤 더는 지명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차 석좌는 지난해 12월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된 후 한국 정부로부터 임명동의(아그레망) 절차도 끝냈다. 그러나 그 후 한 달 가까이 공식 임명 절차가 시작되지 않아 ‘이상 기류설’이 흘러나왔다. 내정자는 백악관의 공식 지명을 받은 후 상원 인준 절차를 거친 뒤 해당국에 파견된다.

WP는 “차 석좌는 북한에 제한적 타격을 가하는 방안, 즉 ‘코피 전략(bloody nose)’으로 알려진 개념을 놓고 미 국가안보회의(NSC) 관리들과 이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코피 전략은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발사 관련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작전을 뜻한다.

차 석좌는 자신의 낙마설이 흘러나온 이날 WP에 ‘북한의 코피를 터트리는 것은 미국인에게 엄청난 위험’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위험을 감내할 만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대북) 공격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핵 프로그램을 단지 늦출 뿐”이라며 “또한 공격은 확산 위협을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 매파들과의 이견을 기고문을 통해 확인한 셈이다. 차 석좌는 미 행정부가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파기하려고 위협하는 것 등에 대해서도 동맹관계를 해칠 수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대북 제재 등에서 강경파에 속하는 차 석좌가 낙마했다는 것은 그보다 더 강경한 인사가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며 “대화와 제재를 적절히 조합하려는 한국 정부에 다음 카드는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