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지원에 만성 당기순손실 빠져
PEF식 구조조정 통해
적자사업 정리·자산 매각으로 고금리 빚 갚아
≪이 기사는 01월19일(03:1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과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것만이 구조조정이 아니다. 썩은 사과들이 즐비한 광주리에서 멀쩡한 사과를 꺼내어 깨끗이 씻어내는 일도 구조조정이다. 국내 사모펀드(PEF)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인수해서 회사 실적을 반등시킨 대한광통신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한광통신은 국내 최대 광섬유 및 광케이블 제조업체다. 통신·인터넷망 구축은 공공 투자 비중이 높아 사업이 안정적이고 성장성도 높은 편지만 모회사인 대한전선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며 대한광통신도 휘청거렸다. 큐캐피탈 인수 무렵인 2012년 대한광통신은 8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100억원에 가까운 금융 비용 때문에 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큐캐피탈에 인수된 뒤 5년째인 2017년 대한광통신은 중국 시장 호황과 더불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아직 실적이 최종 집계가 되진 않았지만 예상 매출액은 1400억원, 영업이익도 150억원 이상이다. 금융 비용 절감으로 인해 당기순손익도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오치환 대한광통신 대표는 “2012년 11월 대한전선의 구조조정을 위해 큐캐피탈에 회사를 매각한게 대한광통신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됐다”며 “PEF 특유의 재무 관리를 받으며 회사의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회사의 재무악화에 대한광통신도 ‘흔들’
대한광통신의 전신은 2000년 대한전선의 광섬유 사업부가 분사된 ‘옵토매직’이다. 1990년대말 정부주도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이 활발해지자 대한전선이 광통신 관련 사업을 키워보겠다고 나섰다. 대한광통신은 1997년 국내 최초로 무수광섬유를 개발했으며 2010년에도 역시 국내 최초로 ‘구부림강화광섬유’ 양산에 성공했다. 광섬유 코어 제조기술 중 최상위 기술인 ‘기상축부착(VAD)기술’을 보유했다. 전세계 33개국, 230개가 넘는 회사에 수출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분사 이후 알짜 계열사로 대접받았지만 이는 오히려 대한광통신에게는 독이 됐다. 돈을 벌다보니 그룹의 신규 사업이나 대한전선 지원 등의 일을 떠맡았다. 2007년 사업적 연관성이 전혀없는 의약품 기술투자(R&D) 업체인 케미존과의 합병도 신사업 지원을 위해 떠안았다. 대한광통신은 2007년부터 2010년 케미존을 청산할 때까지 총 111억원을 투자했으나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2012년 광케이블사업을 인수한 것도 수직계열화를 이룬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모회사인 대한전선의 재무부담을 덜기 위해서 이뤄진 거래다. 채권단의 자율협약 중이었던 대한전선은 광케이블사업을 팔며 대한광통신 지분 24%와 150억원의 현금을 받아갔다. 대한전선에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지급보증을 서주는 등 모회사로 인한 재무부담은 더욱 불어났다. 결국 모회사의 신용도 하락으로 인해 원자재를 구매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빌리는 유산스(기한부 어음)가 크게 줄었고, 선물환한도는 아예 막혀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큐캐피탈에 매각...새로운 전기 마련
대한전선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12년에 3000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대한광통신을 팔기로 결정했고 큐캐피탈을 인수자로 맞이했다.
오 대표는 “큐캐피탈은 기업구조조정전문조합(CRC)을 운영하면서 기업의 실적을 개선한 경험이 많았고, 단기 투자자가 아닌 장기투자지로 회사 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해줬다”며 “대한전선의 유상증자 자금 마련을 위한 매각이었기 때문에 거래구조가 복잡했는데 큐캐피탈에서 흔쾌히 동의해주며 일이 일사천리로 풀렸다”고 말했다.
큐캐피탈은 당시 세 번에 걸친 투자로 대한광통신 경영권을 확보했다. 우선 대한전선이 보유한 대한광통신의 구주 42.61%를 279억원에 사들였다.이후 설윤석 전 대한전선 사장이 보유한 대한광통신의 신주인수권(워런트)을 25억원에 매입했다. 워런트 행사 대금 110억원을 대한광통신에 납부하면서 큐캐피탈의 지분율은 53.22%까지 높였다. 마지막으로 대한광통신이 발행하는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며 투자를 마무리했다. 총 투자금액은 614억원이었다.
대한광통신은 큐캐피탈의 워런트 행사대금 110억원과 BW 발행으로 받은 200억원, 내부 자금 등 총 530억원을 대한전선 유상증자를 위해 활용했다. 대한전선은 유상증자를 통해 3500억원 가까운 신규 자금을 수혈했고, 채권단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오 대표는“유상증자로 인해 대한전선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유지하며 1500억원 가량을 추가로 지원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한전선은 2015년 국내 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되는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PEF식 재무 구조 개선으로 기업 정상화 이뤄
큐캐피탈은 대한광신을 인수한 뒤 곧바로 회사 정상화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골치덩어리였던 케미존을 정리하며 광섬유와 광케이블 사업에 집중했다. 방만하게 운영됐던 비용 절감도 함께 이뤄졌다. 2014년 원가 절감 컨설팅을 받은 뒤 전년대비 50억원이 넘는 비용 지출을 줄였다. 인건비 절감이 아닌 재료비·포장비·전력비용 등을 줄이며 생산성을 높이며 이뤄낸 성과다.
꽉 막혀있던 국내 금융권 지원도 큐캐피탈이 나서서 직접 뚫었다. 당시 새마을금고 등을 돌며 대한광통신의 성장성과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 과정을 설명하며 원자재 구매 등에 필요한 자금을 빌리는 등 회사 정상화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2015년에는 대한전선과의 계열분리를 통해 금리를 정상화시켰고, 2016년에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광케이블 공장 부지와 건물을 310억원에 매각하며 채무 상환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윤동현 큐캐피탈 상무는 “공장 이전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200억원 넘는 자금을 빚 갚는데 썼다”며 “공장을 이전시키는데 1년 넘게 시간이 걸렸지만 기존 인력의 이탈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만족했다”고 말했다.
한때 순차입금이 500억원을 넘어갔지만 올해 3분기 기준으로 47억원까지 줄었다. 부채비율도 105%로 양호한 상태다. 재무구조가 정상화되면서 금융권에서도 300만달러까지 쪼그라들었던 유산스를 2000만달러까지 허가해줬고 선물환한도도 1500만달러까지 열어줬다.
큐캐피탈이 비용 절감만 외쳤던 것은 아니다. 광섬유 등의 성능 개선을 위한 투자비를 아끼지 않았고, 설비 증설 신소재 개발 등에 25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 그 결과 통신용 광섬유뿐만 아니라 의료용 광섬유를 개발에 성공하며 새로운 산업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오 대표는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용 광섬유인 ‘프로브’에 대한 제조ㆍ판매 허가를 획득했다”며 “대한광통신의 기술력과 더불어 큐캐피탈이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큐캐피탈, 대한광통신 투자로 연간 수익률 11% 수익 올려
큐캐피탈은 2015년부터 순차적으로 자금회수에 돌입했다. 대한광통신 인수 당시 설 전 사장은 큐캐피탈이 사들인 대한광통신의 구주 53.22%중 절반에 해당하는 26.61%를 되살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갖는 계약을 맺었다. 2015년 콜옵션을 실행했고, 매각 대금은 2017년에 납입됐다. 이를 통해 큐캐피탈은 26.61%의 지분을 330억원에 팔았다. 남은 지분은 2017년 9월에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하며 291억원을 회수했다.
200억원 규모의 BW도 나눠 팔았다. 2015년에 설 전 사장에게 100억원의 BW 중 주식을 살 수 있는 워런트만 떼어서 7억원에 팔았다. 워런트를 떼어낸 100억원 가량의 채권은 지난해 상환하며 151억원을 받았다. 원금 100억원에 연간 8%의 상환 수수료를 더한 액수다. 남은 100억원의 BW도 11월에 보통주로 전환해 블록딜로 처리했다. 이를 처분하고 받은 금액은 215억원. 큐캐피탈은 614억원을 투자해 총 995억원을 벌었다.
김동준 큐캐피탈 대표는 “대한광통신 투자로 5년 동안 연평균 11%의 수익을 올렸다”며 “회사도 살고 투자자도 고수익을 거둔 성공적인 구조조정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주식 카톡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7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