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3월께 사재기 근절 자율협약 추진
대형서점 온라인사이트서 비회원으로 구매할 경우
인증절차 거친 책만 포함
[ 심성미 기자 ]
온라인에서 비회원으로 구매자의 ‘본인 인증’ 절차 없이 구입한 책은 서점의 베스트셀러 판매 집계에서 제외된다. 서점이 기업이나 단체에 대량으로 납품한 책도 베스트셀러 판매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출판사가 온라인에서 비회원으로 특정 도서를 대량 구매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시키는 수법을 근절하기 위해서다.
29일 출판계 관계자는 “본인 인증이 된 소비자의 구매분에 대해서만 판매량을 집계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반영하기로 출판업계가 의견을 모았다”며 “협약 세부 내용에 대해 최종적으로 조율한 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판계 자율협약을 오는 3월 초께 맺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율협약에는 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교보문고, 서울문고,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도서 등 15개 출판계 기업·협회가 참여한다.
출판계가 논의 중인 자율협약의 핵심은 대형 서점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비회원으로 책을 구매하면 판매량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비회원으로 구매한다 하더라도 본인 인증 절차를 완료하면 관계없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된 도서는 포스(POS) 단말기를 통해 구매한 책만 집계하기로 했다. 종전엔 서점에서 주최하는 저자 강의 때 판매되는 도서나 기업 법인의 대량 구매 건은 판매량의 20%를 최종 판매량으로 집계해 왔다. 출판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본인 인증이 완료된 경우에만 구매 도서를 판매량에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출판사들이 자사가 출간한 책을 서점에서 다시 구입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도록 조작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다. 서울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 것이 해당 도서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서점이나 중소 서점이 책을 구매하는 데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출판유통심의위원회에 사재기로 신고 또는 조사 대상에 오른 건수는 2015년과 2016년 각각 68건, 76건이었다. 이 중 각각 2건, 3건이 200만~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최근엔 비회원 자격으로 출판사 직원들의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를 이용해 책을 다량 구매하거나, 추첨 이벤트를 통해 모은 타인의 개인정보를 사용해 사재기하는 등 수법이 계속 교묘해지고 있다.
이번 자율협약 방안이 출판업계의 사재기 관행을 근절할 수는 없겠지만 실효성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불법으로 다른 사람의 아이디(ID)를 도용하지 않고는 사재기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새롭게 등장한 결제 수단을 악용할 여지도 줄어든다. 쿠팡과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행해지는 사재기도 원천 봉쇄된다. 기업 복지매장에서 비회원으로 책을 대량 구매해 일시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리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기업 조찬 강연에 초청받은 저자의 책을 강연 전 기업 복지매장에서 비회원으로 수백 권가량 대량 구매해 직원들에게 일괄적으로 나눠주면 일시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미국 아마존은 사재기뿐 아니라 출판사의 가짜 리뷰까지 검찰에 고발하는 등 출판계 공정 질서를 위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사재기를 노리는 이들의 수단 중 하나를 차단한다는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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