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보국 외길'… 정형식 일양약품 명예회장 타계

입력 2018-01-28 18:11
[ 이지현 기자 ] 일양약품의 창업주 위제(暐齊) 정형식 명예회장이 지난 27일 오후 3시19분 타계했다. 향년 97세다.

1922년 서울 종로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38년 일본인이 운영하는 약방에 취직해 약업계에 입문했다. 1946년 일양약품의 전신인 공신약업사를 창업한 뒤 대한민국 제약보국(製藥報國) 실현과 국민 건강을 위해 평생 외길을 걸어왔다.

약방을 경영하던 고인은 변변한 위장약이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일본 제약 서적을 보며 연구해 제산제 처방을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1957년 7월 일양약품 첫 의약품인 노루모를 발매했다. 필수의약품 개발에 열정을 바쳤던 고인은 1960년대에 최신식 생산시설을 갖추는 등 설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71년 6월 일양약품을 제약산업 반석 위에 올려놓은 국내 첫 인삼드링크 원비-D를 발매했다. 국민 피로해소제로 사랑받은 원비-D는 세계 각국에서 ‘고려인삼 홍보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았다. 고인은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중국 현지에 통화일양과 양주일양을 설립했다. 1995년 원비-D 중국 수출 1억 병 돌파로 산업포장을, 1996년에는 제약업계에서 처음으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국산 의약품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던 고인의 뜻은 국산 14호 신약인 차세대 항궤양제 놀텍과 아시아 첫 백혈병 치료 신약 슈펙트 개발로 이어졌다.

일양약품을 경영하면서 고인은 “정치나 기업은 정도를 택해야 한다. 기업 방향의 정도를 면밀히 설정해야 역동적이고 건강한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항상 정도를 강조했다. 고인의 당부는 일양약품 경영지침으로 남았다. 일양약품은 고인의 뜻에 따라 동아리 활동을 통한 불우이웃 돕기, 봉사활동 등을 하며 상생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고인은 1967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수료하고 2007년 중앙대 명예 약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회장, 대한약품공업협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상, 적십자 봉사장 금장 등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이영자 씨와 아들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 정영준 동방에프티엘 회장, 정재형 도쿄J트레이딩 사장, 정재훈 동방에프티엘 사장, 딸 정성혜 씨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30일 오전 8시30분이다. (02)3410-6917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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