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원조 오프로더 '지프 랭글러 루비콘'…중독성 강한 힘

입력 2018-01-28 07:00
월등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
매력적인 단단한 하체
부족한 편의 장치는 큰 걸림돌



지프(Jeep)는 급변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란 정체성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다. 일반 차량으로는 못가는 길도 거침없이 주파하면서 자신만의 지도를 그린다.

최근 원조 지프로 평가받는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사진)을 직접 타봤다. 서울 역삼동에서 경기 파주 등을 오가는 140㎞ 구간을 달렸다. 눈길과 오프로드(비포장도로)를 가리지 않는 강한 힘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부족한 편의 장치 등 적응이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첫인상은 ‘영락없는 군용차’였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꼭 필요한 기능성에 충실했다. 앞뒤 바퀴 펜더와 범퍼는 허리까지 올 정도로 큼지막하다. 그 사이로는 5링크 서스펜션이 눈에 들어온다.

이밖에 탈부착이 가능한 루프(지붕)와 지프 고유의 7 슬롯 라디에이터 그릴, 동그란 헤드램프 등도 눈에 띈다.

시동을 걸자 엔진이 ‘드르르’ 소리를 내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덩치 큰 차체가 힘있게 움직였다.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은 3.6L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 출력 284마력, 최대 토크 35.4㎏·m의 힘을 낸다.

다만 자유로를 달리는 동안 일상적인 주행은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속 80㎞가 넘어서면 가속이 굼떠 앞차를 추월하기 힘들었다. 가속 페달 응답성도 낮아 실제 가속이 되는 시점이 차이가 컸다.

가장 아쉬운 건 부족한 편의 장치다. 스티어링 휠(운전대) 및 시트 열선이 없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사용성이 기대 이하였다. 후측방 경보와 전후방 주차보조 시스템 등 안전한 운전을 돕는 옵션(선택 사양)도 없었다.

다소 과하게 정체성을 고집하면서 소비자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은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대시보드나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조종 패널) 마감은 품질이 떨어졌다.

지프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의 진면모는 비포장도로 주행에서 드러났다. 노면이 울퉁불퉁한 언덕에서 중심을 잡더니 등정을 이어갔다. 4륜 구동 로우(L) 기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높은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단단한 하체는 차량과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험준한 지형과 달리 몸으로 전달되는 노면 충격은 적었다. 내리막길에서는 내리막 주행 제어장치(HDC)가 알아서 속도를 조절했다.

또 노면을 꽉 움켜쥐는 주행감은 눈길과 빙판길에서 안정감이 높았다. 일반 SUV로는 엄두도 못 내는 길이 지프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을 타니 쉽게 다가왔다.

시승하는 동안 연비는 L당 4.3㎞를 기록했다. 이 차의 공인 복합연비는 7.4㎞/L다. 국내 판매 가격은 4840만원.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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