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앞두고 미국·북한, 강성발언 쏟아내며 '기싸움'
북한 노동신문 "대화기류 흘러도 밑에 핵전쟁 도사리고 있다" 위협
미국 해병대사령관 "무력 충돌땐 끔찍한 지상전도 포함" 경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 "북한 건군절, 위협적 열병식 가능성"
[ 이미아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보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북한과 미국 사이의 ‘물밑 기싸움’이 치열하다. 올림픽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평창 이후’를 염두에 둔 강성 발언이 양측 사이에 오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인 오는 2월8일 북한 건군절을 앞두고 관련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로버트 넬러 미국 해병대 사령관은 25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행사에서 한 연설에서 “북한과의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아주 끔찍한 지상전도 포함될 것이며, 그 전쟁은 매우 힘겹고 잔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넬러 사령관은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우리는 부대 전개 옵션(force deployment options) 연습과 리허설을 매우 열심히 하고 있다”며 “미군은 한반도 지형 숙지를 포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과의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고 그러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평창올림픽이 끝나는 즉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정상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기나 성격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국가안보전략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제공격으로 북한을 다루려는 유혹은 강하다”며 “세계의 중요한 지역, 적어도 아시아권에 의한 지지 없이 중국과 러시아 접경에서 하는 미국의 독자전쟁에 대해선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최성호 사회과학원 국제정치연구실 연구사 명의로 ‘미국은 조선반도(한반도) 긴장 완화를 가로막아 보려는 어리석은 기도를 버려야 한다’는 제목의 정세논설을 실었다. 이 글에선 최근 미국 주도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개국 외교장관회의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자산 배치 강화 움직임 등을 거론하며 “그들(미국)이 자나 깨나 바라는 것은 조선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아니라 정세 불안과 군사적 긴장 격화”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 겉으로는 대화와 평화의 기류가 흘러도 그 밑에 핵전쟁의 검은 소용돌이가 시한탄처럼 도사리고 있는 조선반도의 정세는 의연히 첨예하다”고 덧붙였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북한이 인민군 건군절인 2월8일에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제1차 한반도 전략대화에 참석해 “평양 근처 미림비행장에서 준비하고 있다”며 “상당히 큰 규모의 병력과 북한이 갖고 있는 거의 모든 병기를 다 이렇게 (동원)하면서 상당히 위협적인 열병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월8일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선 “3월25일까지 훈련이 조정된 상황이며, 그 상황과 시간 내에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될 수 있도록 견인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